▲도쿄의 한 건물 공사장 앞에서 행인들을 안내하는 안전 요원들.
김경년
답답한 게 아니라 정직한 것이라고?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모든 것을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사람들이 볼 때는 답답하겠지만, 일을 정직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5일 걸릴 일을 한국 사람들은 "3일이면 할 수 있다"며 가져가서 끙끙 앓다 7일 만에 해가지고 오지만, 일본 사람들은 여유있게 "7일은 줘야 할 수 있다"고 말한뒤 무슨 일이 있어도 7일 안에 끝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들이 일은 늦게 하지만 더 정직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지는 게 아닐까.
물론 사람은 똑같은 것. 한국에 비해 경쟁이 훨씬 덜한 사회이기 때문에 꼼꼼히, 천천히 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혹자는 무사 전통이 이어져 온 일본에서 조금만 잘못하면 사무라이에게 목이 잘릴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신중히, 그리고 완벽하게 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고도 하지만, 그 외에 오래 전부터 발달한 상업문화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장사를 하고 가업을 잇기 위해서는 손님들에게 흠이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전화를 잘 안 받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메일이나 SNS로 뭘 물어봐도 바로 답장을 받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들에 비해 사람 간의 정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직장이나 아르바이트가게에서 사적인 통신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근무시간은 내가 돈을 받고 직장에 내준 시간이기 때문에 전화나 SNS같은 용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러다가는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한국처럼 알바생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휴대폰을 보고있는 일은 절대 없다.
공사장 양옆에 후줄근한 유니폼과 안전모를 하고 배치된 안전관리원들도 자신의 일을 철저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인사하는 말투에서, 허리 숙이는 각도에서 단순히 행인들의 안전을 신경쓰는 것을 넘어, 통행에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는 표정이 역력히 묻어난다.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치닫는 일본 사회 모습에서 과거만큼 넘치는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일본이 앞으로도 경제대국으로의 면모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이같이 각자가 선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내는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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