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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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회에서 중요한 토론회가 하나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2050 비전을 논하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의 장기 전략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토론회는 바로 그 요청에 따른 한국 정부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 국회 주도로 각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습니다.
객석이 청년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객석 뒤 빈 공간도 간이 의자에 앉은 청중들로 만원을 이뤘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수립에 관한 정부의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가장 예리한 반박은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나왔습니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기온을 2℃ 이내 상승으로 막자고 했고,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이미 '탄소배출제로'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과연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한재각 소장의 문제제기였습니다.
탄소 예산
지금부터는 한재각 소장이 제안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2℃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구 전체에서 앞으로 배출해도 되는 온실가스는 1조 톤입니다. 마지노선이 정해져 있는 겁니다. 이걸 '탄소예산'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고, 남아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렇게 부릅니다. 이를 기준으로 역산해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잡자는 것입니다.
"지금 남은 돈이 10만 원이니 좀 아껴 쓰자."
생활을 하든, 여행을 갔을 때든 사람은 예산의 한도 안에서 씀씀이를 맞춥니다.
"몰라. 난 당장 비싼 음식 먹고 싶어. 돈 떨어지면 그 다음 일은 그때 생각하자."
가끔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대책 없는 사람입니다. 예산제약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도,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소예산의 제약 하에서 온실가스의 씀씀이를 조절하자는 주장은 너무나도 상식적입니다.
한국이 감당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이 있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대학교의 기후변화거버넌스그룹(GGCC)이 제시했습니다.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은 2100년까지 99억 톤을 배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수년 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톤을 지나 7억 톤을 넘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는 2100년이 아니라 향후 15년도 안 돼 우리에게 '할당'된 탄소예산을 넘어 서게 됩니다.
이 점을 고려해볼 때, 한국의 상황은 이런 겁니다.
"몰라, 일단 쓰고 볼래."
삶을 희생하지 않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