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포리·토네리 라이너'의 차량 내 모습. 차량의 정원은 260명 남짓이다. 매일 9만 명, 그 중에서도 대다수가 출퇴근 시간에 타고 내린다기에는 믿기 어려운 수치다.
박장식
물론 혼잡 때 열차가 수송할 수 있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탔을 때의 사고를 우려해 크로스시트로 배치했다고는 하지만, 크로스시트의 단점은 좌석이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입석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열차가 터져나간다'는 시민들의 항의 속에 개통 3년 만에 열차 좌석 구성이 '롱 시트'로 바뀌었다.
닛포리·토네리 라이너의 수요가 끊임없이 폭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교통 음영지역에 들어온 '유일한 철도 노선'이라는 점이다. 아다치 구 일대는 도쿄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지역으로 꼽힌다. 궤도 교통이 빈약한데 거주 인구는 많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개통 초기에는 자신의 차량이나 버스, 멀리 떨어진 전철역을 이용하던 인구도 점점 라이너 노선으로 넘어온 것이다.
특히 닛포리·토네리 라이너의 개통으로 인해 역세권의 개발이 촉진되면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닛포리·토네리 라이너의 개통 이후 매년 5~6개의 신축 맨션이 역세권 지역에 지어지고 있다. 도쿄 23구 내에 있으면서도 주변 지역에 비해 지가가 저렴해 혼잡은 둘째치고라도, '빠른 출퇴근'을 원하는 시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닛포리·토네리 라이너의 혼잡도는 도쿄 도내 여느 노선들의 혼잡도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범유행 기간에는 한국의 수도권 4호선과 비슷한 위치의 도쿄 지하철인 도자이선, 도쿄 도심을 관통하는 광역전철인 츄오선의 혼잡도를 뛰어넘으며 일본에서 가장 혼잡한 철도 노선으로 악명을 날렸다.
'승차가 위험하다', '열차 몇 대는 보내는 것이 기본'이라는 불만도 쏟아졌지만, 대처는 미진했다.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인 새벽·심야시간대에 닛포리·토네리 라이너를 이용하면 맛집 쿠폰을 준다는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고, 노선과 같은 경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달라는 대처를 도쿄 도가 내놓기도 했다.
김포시와 서울특별시의 대처도 도쿄 도의 과거 대처와 다른 것이 없다. 김포시는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증편하고, 특별 버스노선을 개통하는 등 대처에 나섰고, 서울특별시는 버스전용차로의 개통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런 혼잡 상태에서 운행을 이어가니 열차가 '만신창이'일 수밖에 없었다. 닛포리·토네리 라이너에 수송량을 더욱 높인 새로운 열차가 투입되면서 기존 열차가 개통 14년 만에 퇴역 절차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퇴역 사유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한계 중량보다 많은 중량이 열차에 가해져 무리가 갔기 때문'이었다. 보통 철도 차량의 수명이 20~25년인 것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에 퇴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새로운 열차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근 시간이면 열차 안은 꽉 차기는 마찬가지. 아다치 구 주민들은 배차 간격의 축소와 차량 확대, 열차 운행 칸 증가를 도쿄 도 교통국에 요구하고 있으나, 도쿄 도는 "칸 증가를 위한 추가적인 공사가 어렵고, 차량기지 용량이 부족하다"며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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