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덕초 4학년 3반 창작 그림책 <삶>
용인대덕초 4학년 3반
나는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가만히 돌아보며, 어떤 순간에 특히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는지 써보자고 했다. 나는 아이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를 먼저 말해주었다.
"선생님에게 살아 있다는 건, 책을 펼치고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야. 너희들의 눈빛과 언어를 기억한다는 것이지."
일상에서 삶의 감각을 깨우는 순간들에 대해 거침없이 여러 개를 쓴 아이도 있었고, 잘 떠오르지 않는다며 오래 생각한 끝에 어렵게 하나를 쓴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쓴 아이들의 글을 가지고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질문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그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아이가 온전히 담긴 이야기를 찾아갔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은 짝수 홀수 나누어 등교하였고, 인원이 많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글을 쓴 후 손바닥만 한 동그란 종이를 나눠주고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그림책 안에 좀 더 예쁜 모습으로 담고 싶어 그림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과 풀, 작은 나무 위에 아이들 그림 한 장 한 장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툴지만 '2020년 열한 살 아이들이 전하는 삶의 의미'라는 부제를 가진 <삶>이라는 그림책 한 권을 완성하였다. 이를 하드커버의 종이 그림책으로 만들고 전자책으로도 발행하여 아이들, 학부모와 공유하였다.
아이들이 말하는 삶은 이랬다. '살아 있다는 건 학교에 가서 우리를 기다리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 '선생님께 "꿈을 이루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 '혼자가 아니라 우리반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자주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삶은 학교, 친구들, 선생님에 대한 소중함과 애정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