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 노동자 대표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비롯해 노동조합이 제기한 직장 내 여러 문제사안을 무시했다.
김호세아
내가 공익제보한 2019년 서울 용산장애인복지관 회계비리 문제가 다 잘 끝난 것은 아니었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애써 바꾼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애석한 일이었다.
당시 용산장애인복지관 노동조합은 중간관리자도 아닌 조합원 3명의 작은 조직이라 직장 내에서 늘 열세였다. 그러나 노조의 투쟁으로 여러 관행들이 없어지면서 모든 직원들이 혜택을 누렸지만 직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았다. '총알받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측과 대화를 해나갔지만 공익제보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노조는 더욱 위축되었다. 노사협의회(노동자의 복리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로 구성하는 협의기구) 노동자 대표에게 공익제보자 보호와 사측과 갈등을 겪던 조리사의 임금 회복 등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노동자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문제는 직속 팀장이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지만 직장 안에서 노동자이기도 했다. 조직구조에 따라서 직속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팀장은 지시에 대한 권한도 있었지만 폭언과 괴롭힘도 사용했다. 지시에 대한 권한은 당연하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난 폭언과 괴롭힘을 나는 허락한 적이 없었다. 어떤 괴롭힘을 어떻게 당했는지 다 기록하고 싶지는 않다.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여러 기사들을 통해 충분히 나오기도 하고 신고 과정에서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괴롭힘을 피하는 방법은 사직서뿐이었다. 사직서를 작성하고 나서도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고 노조가 걱정되었다. 비겁하게 나 하나 살고 싶어 사직서를 썼지만 남은 두 분이 걱정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요구사항 중 1번은 사직서 철회였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직이니 철회를 요구했다. 사측이 조사를 통해 괴롭힘을 인정하면 요청사항을 들어줘야 할 것이고 사직서 철회는 3명밖에 없는 노조원 중 공익제보자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했기에, 사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과를 낼 것이 분명했다. 용산구청을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노동부에 신고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