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룸은 집 거실처럼 따뜻하다. 여기에서 아이와 마지막 작별을 할 수 있고 위기 상담을 거쳐 아이와 살 수 있는 방편을 모색하기도 한다. 어떤 결정이든 아이를 살리고 보호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지영
2010년 베이비박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그저 아이만 무사하면 그만이었다. 일부러 난곡동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와서 아이를 놓고 가야 할 만큼 절박한 사연까지는 미처 챙길 생각을 못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연구가 되고 경험도 쌓였다. 아이를 재빨리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식뿐 아니라 아이를 놓고 돌아서는 생모를 상담자리에 앉히는 노하우도 매뉴얼이 될 정도였다.
2011년 23%였던 상담률이 2017년 90%대에 오른 후로 순조롭게 정착되어 2020년에는 98%를 기록했다. 사실상 베이비박스를 찾은 거의 모든 생부모를 전문상담사가 만난 셈이다.
상담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베이비박스를 찾아야 했던 농밀한 이유를 알고 나면 최대한 아이의 복리에 맞는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걸 그들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두 번째 문제였다.
물론, 가장 좋은 아동복지는 낳은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것이다. 인간은 결국 자기 생의 시원에 대한 본능적 의문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삶의 원심력으로 작동하는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사연도 인간사에는 얼마든지 존재했다. 지금까지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1822명의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들이 품고 온 사연도 사실은 각기 다른 1822개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이 없듯이, 똑 같은 삶도 똑 같은 사연도 없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아이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포기하기 위해 온다. 그런 사람들의 사연은 죄다 절박하거나, 참담하거나, 어쩔 수 없다. 제 새끼를 버리는 독한 사람들이라는 손가락질에 앞서 그런 사연에 먼저 귀를 기울인다면 말이다. 죄 없는 자 먼저 돌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래서 진리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 위기에 처한 임산부와 위험에 빠진 아이를 우선 구하는 것까지. 그리고 되도록 엄마 품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까지다. 나머지는 국가의 몫이다.
아이 만큼은 살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