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큰사진보기 ▲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나무위키 조선시대 학인(문인)들의 교류(유) 방식 가운데 편지(서한)를 통한 길이 가장 많았고 또한 유효했다. 일상적인 문안편지에서부터 학술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채다양했다. 소통 방식이 달리 없었기도 하지만, 정성이 담긴 육필 편지는 학인들의 멋이고 맛이었다. 「답이생서(答李生書)」는 이생의 편지를 받고 답신하는 글이다. 형식은 편지이지만 내용은 우리나라 문장의 역사를 꿰뚫는 '문장통사'라 하겠다. 발췌한다. 우리나라는 바다 구석에 치우져 있어서 당나라 이전의 문헌은 아득해서, 비록 을지문덕과 진덕여왕 같은 시를 사가들이 옮긴 것이 있지만, 과연 그들의 손에서 나왔는지는 차마 믿기지 않소. 신라 말기에 이르러 고운 학사 최치원이 비로소 그 명성이 대단했지마는, 이제 그를 볼 것 같으면, 문은 변변치 못해 시들하고, 시는 껄끄러워 나약해서 허빈(許彬)과 정곡(鄭谷) 중간이라 해도, 또한 그 꼴이 추하니, 곧 성당의 시와 그 바자로움을 잴 수 있으료. 고려시대에 정지상은 한 면모를 넉히 엿볼만하나, 또한 만당 중의 농염하고 기려함에 걸맞고, 이인로와 이규보가 자못 청신하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하며, 진화(陣澕)와 홍간(洪侃) 또한 푸짐하고 곱기도 하나, 그래도 모두 장공 소식(蘇軾)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따름이오. 익재 이제현에 이르러 번창함이 비롯되어, 가정 이곡(李穀)과 목은 이색(李穡) 부자가 그 뒤를 잇고, 포은 정몽주와 도은 이숭인과 척재 김구용 등이 말기의 명가로 치오. 큰사진보기 ▲'국조시산', 허균이 엮은 시선집. 1706년에 간행된 목판본한정규 조선 초기에 접어들어 삼봉 정도전과 양촌 권근이 문명을 홀로 떨치었으니, 문장은 이에 이르러서 비로소 통달했다고 할 수 있고, 그 갈다듬음이 빛나서 크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소. 그래서 중흥의 공은 문정 이색이 크다 하겠소. 중간에 문간 김종직이 포은 정몽주와 양촌 권근의 실마리를 얻어서 사람들이 대가라고 이르지만, 다만 글의 수준이 높지 못한 것이 한이요. 그 뒤는 용재 이행 재상의 시가 신묘한 경지에 들었고, 신광한과 정사룡도 또한 놀랍다 하겠소. 그 뒤에 소재 노수신이 또한 떨치기에 힘썼으니, 이 몇몇 분들은 중국에 태어났다 해도 어찌 강해(康海)와 이몽양(李夢陽) 두 시인에 뒤진다 하료. 오늘날 문을 업으로 하는 이 가운데서는 동고 최립을 추천하고, 시로는 익지 이달을 추천하니, 이들은 모두 천년 이래 뛰어난 가락들이요. 그리고 친구들 가운데서는 여장 권필이 매우 아름답고 밝으며, 자민 이안눌이 깊고 굳건한데, 이 밖에는 알 수가 없소. 보내온 편지에 최경창과 백광훈 두 분은 당시(唐詩)의 기풍이 있다고 했는데, 또한 명가라고 할 수 있소. 그러나 그 경계가 좁은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오. 말하는 바의 아계 이산해와 제봉 고경명은 내가 아직 그 전집을 보지 못했으니, 어찌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있으료. 바야흐로 형조에서 의논이 있다 하고, 재촉함을 당하여 매우 바빠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오. 얼굴을 다시 대할 날이 있을 것이요. 갖추지 못하고 이만 줄이오. (주석 11) 주석 11> 이병주, 『고전의 산책』, 357~360쪽, 민족문화문고 간행회, 1985.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허균 #허균평전 #자유인_허균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김삼웅 (solwar) 내방 구독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독립노농당 기본정책 16개항 구독하기 연재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다음글39화경륜 담긴 논설 수용했으면 현재글38화이생에게 답하는 편지 이전글37화'한정록' 서문에 남긴 한가의 꿈 추천 연재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이슬기의 뉴스 비틀기 5년 전 스웨덴에서 목격한 것... 한강의 진심을 보았다 행담도, 그 섬에 사람이 살았네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김은아의 낭만도시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SNS 인기콘텐츠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김영선 좀 해줘라"...윤 대통령 공천 개입 정황 육성 확인 망가진 한국을 구하는 글...나는 왜 가디언에 그렇게 말했나 '신원식·김용현', 왜 위험한가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주술사'부터 '서류뭉치'까지... '명태균 게이트' 입 연 제보자 [이충재 칼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부부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AD AD AD 인기기사 1 이러다 12월에 김장하겠네... 저희 집만 그런가요? 2 "무인도 잡아라", 야밤에 가건물 세운 외지인 수백명 3 [단독] 쌍방울 법인카드, 수원지검 앞 연어 식당 결제 확인 4 "윤 대통령, 매정함 넘어 잔인" 대자보 나붙기 시작한 부산 대학가 5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이생에게 답하는 편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40화밝음으로 살피고 믿음으로 맡기라 - 정론(政論) 39화경륜 담긴 논설 수용했으면 38화이생에게 답하는 편지 37화'한정록' 서문에 남긴 한가의 꿈 36화'통곡의 집'에 보인 역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