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브링컨 국무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외교-안보 수장이 대면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며,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동시 한국 방문은 201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선 미국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의 목표는 '대북 압박'이지 대한 압박은 아닐 거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엄밀히 말하면 '대북 압박' 차원의 문제이지 '북한인권' 차원의 문제라고는 보기 힘들다.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휴전선 이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 북한인권 개선을 증진시킨다는 점은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외부 소식을 북한에 알려주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북한 내 인권 문제와의 관련성은 쉽게 증명되지 않는다.
대북전단이 북한 쪽으로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전단지는 군사분계선 지역이나 남한 쪽에 떨어지고 있다. 이런 사정을 미국 인권단체나 정부 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다. 이에 관한 한, 한국 정부가 이미 충분히 설명을 했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주한미국대사관이나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도 그 정도 실상은 얼마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계속 집착하고 있으니, 의도가 다른 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북한 정권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관계를 트럼프 때보다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만한 것이다. 지속적인 대북 압박 및 제재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동안에 이란 핵문제나 러시아 문제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한인권 때문에 이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면, 미국은 이미 예전에 다른 방도를 강구했을 것이라고 본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인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남북 경계선보다는 북·중 국경선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남북 경계선과 달리 인적 교류가 많은 북·중 국경선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편이 대북 압박에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굳이 휴전선에서 살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중국보다 한국이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를 매개로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내 인권유린 문제" 다시 거론되는 이유
한편, 위의 3월 24일자 <미국의 소리> 기사에 눈길을 끄는 문장이 하나 있다. 기사에 등장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인 한국과의 대화에서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며 "현재 인권이 다뤄지는 방식은, 마치 밤이 낮으로 바뀐 것처럼 다르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를 '밤'에, 바이든 행정부를 '낮'에 비유한 데서 느낄 수 있듯이 로버트 킹 전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한미관계 의제로 올려놓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로버트 킹이 말하는 밤과 낮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북한인권을 매개로 남북한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기에 밤과 낮의 차이를 운운한 것이다.
이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다루는 미국 의도가, 북한과의 긴장 고조뿐 아니라 한국 길들이기에도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경제·군사적으로 세계 10위권 내에 들고 국민들 정치적 역량이 최근에 급상승해 예전처럼 다루기 힘들게 된 한국을 자국의 의도에 맞게 길들일 의도로 이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
또 자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대중국 압박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선뜻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한 불편한 감정도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조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와 함께 연상된다. 조지 부시(아들)와는 함께 연상되기 힘들다. 오바마 행정부의 세계전략이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바이든과 부시가 함께 연상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연상이 바이든의 머릿속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그가 상당부분 관여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2002년 1월 29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한국어로 번역된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에 따르면, 바이든은 대화를 나눈 시점을 그해 2월 말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 기억한다.
바이든을 비롯한 의원들을 백악관에 초대한 부시는, 바이든과 대화를 나눠본 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게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던졌다. 부시가 바이든에게 자신의 대외정책에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자서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실제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만나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만났을 때도, 나는 내가 팀의 일원이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나는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동료인 척 헤이글과 리처드 루거와 함께 이란과 북한과의 외교 대화를 넓히기 위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녀에게 계속해서 열심히 알려줬다."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자주 만나 북한·이란 문제에 관한 의견을 자주 교환했다는 것은, 부시가 바이든의 식견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 바이든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아주 싫어하지는 않았다는 뜻도 된다. '팀의 일원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선을 그어놓기는 했지만, 부시의 대외정책이 가장 격렬했던 시점에 바이든이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긴장과 위기를 통해 세계전략을 이끌어가는 부시 행정부와 통하는 부분이 바이든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주권침해 가능성을 감안하면서까지 동맹국인 한국마저 인권 문제로 옭아매려 한다는 바이든 정부 태도는, 공화당 정권의 백악관을 자주 출입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만하다. 밤이 낮으로 바뀌는 건지 낮이 밤으로 바뀌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바이든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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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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