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pixabay
오늘도 걷는다. 목적지는 자주 가는 냉면집. 걷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보였다. 냉면집이었다. 마침 냉면집을 찾아 먼 길을 걷던 중이었고, 힘들었던 차에 중간에 있는 그 식당은 무척 반가웠다. 사람들이 기다리니 분명 맛집일 것이고. 일단 멈췄다. 서성이는 사람들, 안을 들여다보니 식당 안은 더 복잡했다. 걷는 것이 힘들었지만 기다리는 것은 더 힘들 거 같았고 조용히 먹고 싶었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길을 걷다 보면 발에 차이는 것이 쓰레기다. 예전과는 달리 많이 깨끗해졌다고 해도 쓰레기는 여전히 버려지고 그것들은 길가에서 수거를 기다린다.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 전용 용기가 따로 있어 냄새는 나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는 훤히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부피도 커서 전용 수거함이 작게 느껴진다. 어디에나 쌓인 플라스틱 더미, 오늘도 신경 쓰인다.
겨울에도 냉면을 좋아하지만 날이 더우니 매콤하고 시원한 냉면이 더 끌렸다. 자주 가는 집의 냉면은, 양념은 매운맛의 단계 조절용이고 간은 살얼음 가득한 육수로 충분하다. 매운맛 양념을 적당히 덜고 면이 잘 비벼질 정도로 육수를 조금 부으면 비빔냉면이 되고, 육수를 양껏 가득 부으면 물냉면이 된다. 차로 갈 경우 집에 있을 아이들을 위해 포장해 오기도 한다. 용기값을 따로 받지만 주로 용기를 내는 방법을 취한다.
며칠이 지나 유난히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식을 때쯤, 전에 지나친 냉면집을 찾았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까지 했다. 주문받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앉았는데, 주방에 둘 홀에 한 명,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안에서는 음식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홀에서는 음식 포장이 이어지고 밖에서는 배달 기사들의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찬찬히 보니 실내의 반은 포장을 위한 공간이었다.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포장 용기가 쌓여 있었고, 음식이 나오면 플라스틱 용기에 각각 담기고,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지고 영수증까지 붙인 뒤 바로 배달 기사들이 와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랬다, 이곳은 배달 맛집이었다. 무수히 많은 배달 업체의 기사들이 번갈아 들어오고 나갔다.
'쓰레기 산'은 어떻게 탄생했나
다행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식사를 했지만, 며칠 전 MBC <스트레이트>의 '쓰레기 대란이 온다' 방송 내용이 저절로 떠올랐다.
방송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 1분기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보다 30% 증가, 온라인 음식 배달은 최대 90%까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하루 평균 2020년 923톤(2019년 776톤)으로 19% 증가했고, 스티로폼 쓰레기는 14.4%, 비닐 쓰레기는 9% 늘었다고 했다.
방송의 내용이 바로 실감이 되었다. 단 한 끼 1인분의 식사를 위해 만들어지는 종류별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을 현장에서 보고 나니 방송에서 보았던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산이 금방 하나 더 세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분리배출을 하다 보면, 한 번도 배달을 시키지 않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그것도 많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나름 철저히 한다고 의미 부여하며 마음을 놓았었는데, 방송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87%, 방송에서는 이를 착시라고 표현했다. 이것들 중 30~40%는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이며, 특히 'OTHER'라고 쓰여 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아예 리사이클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재활용률의 실체는 재활용 처리장에 입고되는 수준으로 파악된 수치였고, 재활용 처리장은 사실상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그럼 이 쓰레기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쓰레기 소각률은 5.6%, 소각하지 않고 땅에 묻는 매립률은 7.3%라고 덧붙였다. 숫자만으로는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매립률이 1%(소각률은 80%), 덴마크의 매립률은 0.8%(소각률은 50%), 스웨덴은 이미 2013년도에 매립률을 0.7%(소각률은 50%)까지 낮췄다고 한다.
즉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는 매립이 아닌 소각이 답인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매립에 의존한다고 했다. 방송은 전국에 퍼진 쓰레기 산, 불법 쓰레기 매립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주말마다 쏟아져 나오는 우리 집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길거리마다 비닐봉지 가득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남의 일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