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진보언론 '민립보' 기자와 만나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 / 23회] 중국혁명동맹회에 가입하고 지도자 손문과도 만나게 되었다

등록 2021.05.25 18:20수정 2021.05.25 18:20
0
원고료로 응원
 

중국의 아버지 손문과 대한민국의 아버지 신규식 ⓒ 위키피디아

 
목적지는 상하이였다. 청도(靑島)를 거쳐 교주만(膠州灣)에서 상하이행 영국배를 탔다. 선실 안은 온통 아편 흡연자들이어서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기도 어려운 아수라장이었다.

영국이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과 만주에 대량으로 내다 팔아 남녀를 불문하고 수많은 아편중독자가 생겼다. 이로 인해 1840~42년 중국과 영국의 아편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중국인들 사이에 아편은 여전히 중독상태에 있었다. 「교주만에서 상하이로 가는 길에」란 시에 저간의 사정이 담긴다. 

 무슨 놈의 독극물 이기에
 지나는 길마다 멸망이냐
 영국 장사치들의 무도함이여
 중국인들 스스로 화를 자초하누나
 너희를 미워한다 탓하지 말라
 넘치는 죄악을 또한 알리라
 훗날 헤이그 회의 다시 열리면
 단연코 네 놈들을 멸종하리라. (주석 1)


그가 상하이를 망명지로 택하고 이곳에 독립운동의 기지를 마련한 것은 현실적인 국제 감각에 따른 처사였다. 

상해는 일찍이 아편전쟁으로 인하여 체결된 남경조약의 결과 처음으로 개항된 이래 청대(淸代)의 유일한 개항장이었던 광주(廣州)를 능가하여 크게 발전하였다. 때문에 당시 국내외의 교통이 편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서방 열강의 조계지가 설정되어 있어 청의 간섭을 피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일찍부터 서양인들이 서방근대문명을 이식시켜 인쇄ㆍ통신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 있었으므로 중국 혁명당인들이 혁명을 선전하고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등 그들의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가 좋게 되어 있어 이미 중요한 중심지가 되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국 혁명당인들의 잡지나 신문들이 이곳에서 많이 출판되고 있었다. (주석 2)


천신만고 끝에 상하이에 도착했으나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개척자였다. 한인이 수십 명 살았으나 생업이 어려워 낯선 동족을 안내할 여유가 없었다. 이름을 정(檉)이라 고치고 다음날부터 활동에 나섰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여기서는 이후에도 신규식으로 표기) 그는 결심하면 행동에 옮기는 실천자였다.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중국 『민립보(民立報)』의 기자(사원) 서천복(徐天復), 이명 서혈아(徐血兒)이다. 어떤 연고로 그를 만나게 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와의 만남은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민립보』는 하루 2만부를 발행하는 진보적인 신문으로 신해혁명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민립보사원 서천복(서혈아)에게 주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다행히 쉬쉐얼(서천복)을 만나니
 기꺼이 사귀길 바랐던 일
 붓 끝은 천근같이 무겁고
 양미간에 근심만 서리네
 해동엔 일월이 없으나 
 호상(滬上, 상하이 별칭)엔 춘추가 있네
 당시『호상춘추』역시 군의 저술이라
 혹시 나를 인정하신다면
 애써 같은 뜻을 다져 보지요. (주석 3)


서혈아와 처음 만날 때부터 두 사람은 쉽게 마음이 통하였다. 조선의 망국노 망명객과 서구열강으로부터 침략을 받고 있는 중국 지식청년은 뜻을 같이 하고, 이후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혁명의 요인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혁명동맹회에 가입하고 지도자 손문과도 만나게 되었다. 


주석
1> 앞의 책, 111쪽.
2> 신승하, 앞의 책, 597쪽.
3> 『전집①』, 112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신규식 #신규식평전 #예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29세에 동학에 입도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