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안장식이 지난 2020년 7월 1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공동취재사진
2020년 7월 10일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별세하자, 그의 친일 이력으로 인해 현충원 안장이 온당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결정하자, 야권에서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이 아니라는 점을 비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대전이 아닌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그를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초석을 다졌던 진정한 국군의 아버지"라며 "그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인가"라고 개탄했다. 그러자 보수진영에서는 "장군에 대한 홀대"라고 동조했다.
여기서 드는 몇 가지 생각. 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속이고, 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 소속으로 관리 운영주체가 다를 뿐이다. 국방부가 국가보훈처보다 상위 부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 안장하면 '우대'이고, 대전에 안장하면 '홀대'라고 보는 것일까? 이러한 인식은 서울 중심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1956년 제1회 현충일 행사를 서울 동작동 당시 국군묘지에서 치른 이래 1999년까지 대통령이나 3부요인이 참석하는 현충일 추념행사는 매년 서울에서 열렸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간 중앙국립극장에서 치른 것을 제외하면 그 이전 38년 동안 서울현충원에서만 치러졌다. 그동안 '현충일=서울현충원'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국민들 마음속에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이 등식이 깨진 것은 1999년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대전현충원에서 공식 추념식이 열린 것인데, 서울이 아닌 곳에서 열린 첫 번째 추념식이었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이 행사에 주목하지 않았고 그 의미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문 지면에는 서울현충원 참배 풍경 사진만 무성했고, 오히려 "대통령차 경호 위한 교통통제로 고통 받았다"는 '독자칼럼'(동아일보 6월 10일자)이나 게재되는 형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