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에게 손들어 인사하는 윤석열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윤 전 총장이 "권력을 사유화하는 부패 정권의 약탈을 막아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단 사흘 만인 7월 2일 최씨가 법정 구속됐다. 이른바 '처가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과거 검찰의 미심쩍은 불기소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은 "엄정한 법 집행" 운운하며 유체이탈 화법의 논평을 내놨다.
아내 김건희씨의 국민대 논문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고,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윤석열 X파일'이 논란이 됐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과 윤석열 캠프 측 모두 집권여당의 '공작 정치'로 맞불을 놨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언 정치'에 몰두하던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하기 전이었다.
정작 윤석열 X파일이나 처가 리스크만큼보다 파괴력이 큰 것은 윤석열의 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민생행보에 돌입한 윤 전 총장 본인의 갖가지 발언이야말로 최근 지지율 하락의 일등공신인 것처럼 보인다.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한 처가 리스크를 우려했던 이들조차 윤 전 총장 본인의 자질과 윤석열 캠프 전체의 미숙함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철학
따지고 보면, 처가 리스크도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러한 법적, 도덕적, 상식적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작 대선후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따지기도 하니까. 보수야당이나 윤 전 총장 측 모두 연좌제를 걸고넘어진 것 또한 그런 맥락 아니겠는가.
반면 하루에 한 번씩 사고(?)를 치고 논란을 자처하는 '윤석열의 입'은 아예 근본부터 다르다. 후보 본인의 철학이야말로 대선공약은 물론이요 향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금 걷어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제일 좋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그럼 밥은 뭐하러 먹나"란 비난이 쇄도한 것은 비단 시작일 뿐이었다. 단순히 '워딩'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어진 윤 전 총장의 행보는 말 그대로 '검찰총장 시즌2'와 다름없었다. 현실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현 정권의 실정에 칼을 휘두르는 검사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논란이 된 <매일경제> 인터뷰 속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보자. 20일 대구 서문시장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의 목소리와 문제의식을 전달한 것이라며 "주 120 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제게 그 말을 전달한 분들도 '주 52 시간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데 따른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