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항구
이강진
흔히 보기 어려운 일몰과 달맞이 구경을 했던 허비 베이(Hervey Bay)를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예푼(Yeppoon)이다. 허비 베이에서 450km 정도 떨어진 먼 거리다. 예전과 다름없이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따뜻한 북쪽으로 달린다. '따뜻한 북쪽'이라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한국에 살면서 가지고 있던 '북쪽은 춥고 남쪽은 따뜻하다'는 고정관념이 호주에 살면서도 무의식 속에는 자리 잡고 있다.
지방 고속도로에는 트럭이 많이 다닌다.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트럭들이다. 육중한 트럭과 왕복 2차선에서 마주칠때는 신경이 쓰인다. 트럭에서 작은 돌덩이가 가끔 날아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트럭이 지나가면서 제법 큰 소리가 자동차에서 난다. 자세히 보니 앞유리창이 조금 파여있다. 작은 돌덩이가 튀었을 것이다. 호주에서 장거리 여행 중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각오를 하긴 했지만, 너무 일찍 피해를 보았다.
가는 길에는 도로공사도 많이 한다.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쪽으로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자동차에서 가리키는 온도계는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더위다.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 제법 큰 도시 록햄턴(Rockhampton)에 들어선다. 도시에 커다란 동상이 버티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유명한 사람을 기념하는 동상이 아니다. 멋진 뿔을 자랑하는 늠름한 소를 동상으로 만들어 관광객에게 자랑하고 있다. 동상이 있는 네거리에서 목적지를 향해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소 동상이 보인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도 소 동상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록햄턴에서는 목축업으로 유명한 동네임을 소를 동상으로 만들어 알리고 있다.
야영장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가깝다. 동네 중심가에서 떨어진 한가롭고 시설 좋은 야영장이다. 넓은 야영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캐러밴으로 붐빈다. 많은 시간 운전했다. 조금 지친다. 샤워를 끝내고 포도주를한 잔 마신다. 적당한 피로감이 온몸에 퍼진다. 오늘 밤은 잠에 푹 빠질 것이다.
게으름 피우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예푼이라는 동네를 구경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늦은 아침에 동네 중심가로 향한다. 예푼 중심가로 향하는 해안 도로는 무척 아름답다.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드리이브 코스로 최고다.
동네 중심가는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식당과 선물 가게로 넘쳐난다. 관광객이 많은 중심가를 벗어나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동네를 자동차로 올라가 본다. 가파른 도로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 앞마당 정원을 정리하던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어 보인다. 경치가 좋은 곳에 살아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할아버지도 이곳을 좋아한다면 나의 말에 동감을 표시한다. 경치 좋은 집에서 정원을 가꾸면 보내는 노년의 삶이다.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조금 내려오니 공원이 있다. 차를 세웠다. 바다와 동네 중심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 뒤로는 규모가 큰 리조트가 있다. 예푼이 관광 도시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