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야영장에서 바라보는 일출
이강진
예푼(Yeppoon)에서 맥카이(Mackay)까지 가는 길은 삭막한 편이다. 차창 밖으로는 허허벌판과 사탕수수밭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마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 끝자락에 보이는 산들이 그나마 볼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지루한 길이 계속되어서일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문구가 도로에 있다. 흔히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졸음 운전 혹은 과속을 경고하는 문구가 아니다.
처음에 보이는 문구는 아이가 아빠에게 묻는 질문이다. "아빠 얼마나 더 가야 해?"라는 질문을 도로변에 설치해 놓았다. 얼마 정도 달리니 다른 문구가 나온다. 이번에는 엄마에게 하는 질문이다. "엄마 얼마나 더 가야 해?" 아빠가 운전하느라 대답하지 않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잠시 5분 정도 더 달리니 엄마의 대답이 나온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에서 흔히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도로에 적어 놓았다. 웃음을 머금게 한다.
동네가 자주 나오지 않는 지루한 도로를 달린 끝에 맥카이 야영장에 도착했다. 이번 야영장은 해변과 붙어 있다. 해변 가까운 자리를 달라고 하니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한다. 돈을 조금 더 주고 바다를 볼 수 있는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지루한 운전으로 피곤해진 몸을 달랜다.
바다 앞에서 지내다 보니 아침마다 일출을 본다. 아침마다 보는 일출이지만 똑같은 일출은 반복되지 않는다. 항상 다르게 다가오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침 일찍 해변을 걷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걷기도 한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지내는 삶을 경험한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행이란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와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