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과 반사이의 여자
리토피아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을 기억합니다. 시인이자 수필가였던 김소운의 수필로, 짤막한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첫 이야기는 가난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쌀이 없어서 아침을 굶고 출근한 아내를 위해 남편은 어렵게 쌀을 마련해 점심상을 준비합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지를 마련하죠. 초라한 밥상을 대할 아내를 생각하며, 쪽지를 씁니다. '왕후의 밥과 걸인의 찬'이라고요.
두 번째 이야기는 고구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시인 내외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시인의 아내는 남편에게 삶은 고구마를 먹어보라고 합니다.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던 남편은 햇고구마라며 맛있다던 아내의 말에 마지못해 먹은 후, 아침을 달라고 재촉합니다. 그러자 아내는 얘기하죠. 방금 먹었던 고구마가 아침이었다고요. 쌀이 떨어진 것을 알아챈 남편이 무안해하자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긴 인생에 이런 일도 있어야 늙어서 이야깃거리 되지 않겠느냐고.
두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은 '낭만'입니다. 시에서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낭만은 가난도 주고 당신도 주었다고요.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반쪽의 아이를 낳고, 반쪽의 아이는 반쪽의 당신을 만났다고요.
당신도 오고 가난도 온다면, 그것 때문에 오늘도 반쪽이라면 그 낭만을 당신은 받으시겠습니까. 저는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가난한 내 마음만큼 당신으로 인해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다시 반쪽이 되지만, 그래도 행복할 수 있는 까닭 바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반대쪽을 바라보는 까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졸시 「반대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의 왼쪽에 있을 때
나는 당신의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내가 오른쪽을 바라볼 때
당신은 왼쪽을 바라봅니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려는 시소처럼
우리는 서로의 다른 편이었습니까
(중략)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먼 길 걸어가는 외발입니다
반대쪽을 바라보는 까닭, 내가 부족한 부분이 나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른발이라면 당신은 나의 왼발이고 내가 왼발이라면 당신은 나의 오른발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발이 되어 하나가 됩니다.
사랑하는 까닭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반쪽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간이 완벽한 존재였다면, 사랑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결여(缺如)에서 시작하기에, '반쪽의 결여'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알고리즘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우중화 시인은...
2019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주문을 푸는 여자> 등을 냈습니다. 리토피아 문학회와 막비 시동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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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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