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Birken Starsse)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 내 소녀상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영구 존치 결정이 이미 났다는데 이 엄동설한, 코로나 와중에 왜 데모는 계속 하는 거냐고 의아해하기도 한다(독일의 코로나 상황은 국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험악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녀상은 아직도 안녕하지 않다.
설치 허가는 1년만 연장됐고(2023년 9월 28일까지), 담당공무원들과의 신경전은 간헐적으로 진행중이며,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로비활동과 미테구(Mitte 區) 대응을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측의 압력과 공격은 더욱 정교해졌다. 코리아협의회(아래 KV)와 관련 있는 기관이나 학교, 도시에 연락을 취해 협업을 방해하고, 극우들은 일본에 대한 혐오 메시지로 가득 찬 트롤(악플성) 이메일을 한국인 이름으로 담당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에게 뿌리는 등 공격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실 2020년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이 온 뒤로 KV는 정작 평화로울 새가 없었다. 독일에서, 그것도 공공 부지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허가를 내주는 관청의 입장에서는 조형물 설치 후 누군가 꾸준히 조형물 관리를 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서 KV는 2018년, 일부러 지층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사무실 내에 일본군 위안부 및 전시 성폭력 주제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면, 건물 부근에 비슷한 주제의 조형물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형물 설치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동의가 필수라 하여 이사를 한 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좁은 사무실 공간을 쪼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작은 전시를 시작했다. 또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기반 행사에 참가하여 KV를 알리기 시작했다. 불고기도 굽고, 한국 록밴드와 전통무용단도 부르고, 공동체 텃밭에 깻잎까지 심으면서 주민들, 지역단체들과 친분을 쌓았다.
지역사회 동의, 전시공간 마련... 소녀상 설치 위한 노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