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9일에 열린 <과도한 수수료에 생계가 위태로운 웹툰 웹소설 작가를 보호하라>기자회견에서 이수경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웹소설 작가들의 주요 수입원은 인세/선인세, 원고료/고료, RS(수익배분) 등이 있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현재 웹소설 시장에서 선인세, 원고료를 주는 곳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며 대부분 RS(수익배분) 방식으로 지급된다. 일부 인기작가의 경우 이 수입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 정도라지만,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하다.
2020년 전국여성노동조합 실태조사 결과, 웹소설 작가의 연평균 소득은 1905만 원(중위값 1150만 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쳤다. 6000억 원대의 규모로 성장한 웹소설 시장에서, 작가가 영혼을 갈아 넣어 재주를 부리면 그 대가를 거대 플랫폼이 다 쓸어가는 형국이다. 이 기이한 상황이 왜 벌어지는지는 이수경 지회장이 알려준 수익분배 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단행본을 올려놓고 팔리면 판매금액을 나누는데, 만약 100만 원어치를 팔았다면 구글(결제 수수료)이 10~15%를 가져가고, 남은 금액에서 플랫폼이 30~50%를 가져가고, 또 그 남은 금액을 출판사와 제가 계약한 비율대로 나눠요. 예전에 어떤 친구가 한 작품당 10만 원씩만 팔아도 너한테 백만 원 떨어지잖아 그러는 거예요. 용돈 삼아 하기에는 괜찮은 직업 아니야라고 하는데, 백만 원에서 수수료를 떼면 나한테 남는 건 30~20만 원 밖에 안 되거든요. 지인은 상황을 모르고 얘기한 거지만 한숨이 나왔죠.
지금이랑은 차이가 날 테지만, 제가 연재할 때는 선인세를 좀 받았어요. 금액이 많지 않지만, 그걸로 생활하며 원고를 좀 비축해놨죠. 그런데 선인세는 미리 땡겨주는 돈이잖아요. 나중에 정식 연재가 됐을 때 저한테 정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 작품이 그렇게 대중적인 내용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랬는지 판매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선인세를 금방 깔 수는 없었어요.
이수경 지회장은 아마 웹소설 수입만으로 살았으면 신용불량자가 됐거나 (굶어) 죽었을 거라고 말한다. 주로 장편 작품을 쓰는 그는 한 작품을 출간하는 데 2년이 걸린 적도 있다. 차기작 준비 시 이전 작품의 수입이 들어온다면 다행이나,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엔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 버티기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웹소설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기에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되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 글을 쓴다든지, 다른 일을 하는 틈틈이 글을 써야 해 자연스레 노동강도가 높아져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주업이 되고 글쓰기가 부업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저 부업으로라도 하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2020년 실태조사에서도 웹소설 작가를 주업으로 해서 창작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35.5%밖에 되지 않았다.
저도 2019년부터 겸업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최근 1년은 일을 그만뒀어요. 겸업을 하는 동안엔 글 쓸 시간이 하도 없어서 녹음을 하기도 했어요. 밤에 애들 다 재워놓고 혼자 이어폰 끼고 낮에 녹음한 걸 들으면서 글 쓰고, 주말에도 어딜 나가지 않았어요. 남편이 글 쓰라고 애들 데리고 나가줬을 때 3만 자까지도 써 봤어요. 주말이 아니면 시간이 없으니까 집중해서 쓰는 거죠.
그때는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어느 정도 편했는데, 그건 부업으로 그래도 돈을 버니까. 한국 사람들 그거 있잖아요. '밥값 해야 된다.' 웹소설 작가가 되니까 밥값이 안 되는 거예요... 제가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저는 너무 운이 좋게도 남편이 '내가 너의 꿈까지 지원해 줄게'라고 하면서 작업실도 얻어 줬어요. 그럼에도 제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냥 가정주부로 있었으면 애들 돌보고 살림하는 게 충분히 밥값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저에겐 웹소설 작가가 직업이잖아요. 직업인데 돈은 안 벌리고 글 쓴다고 애들 팽개치고 집안일도 제대로 안 되고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 우울증이 좀 많이 왔죠.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이 팔리지 않아서 밥값을 못한다면야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잘 팔리는데 정작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게 없어서 밥값을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건 누구의 책임일까. 밥값을 못한다고 자책하게 만드는 구조, 돈이 안 돼서, 노동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 자신이 꿈꿨던 일을 부업으로 만드는 구조가 문제다.
(별도 작업실이 없는 경우) 저희는 휴일도 없이 회사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는 거랑 같다고 보시면 돼요. 몸이 안 좋아지기 전까지는 하루에 순 노동시간만 따지면 10~12시간 정도 글을 썼어요. 그러다 당수치가 높아져서 당뇨병 전까지 갔었어요. 어깨, 목, 손, 손가락 안 아픈 데가 없어요. 타자를 너무 많이 쳐서 손가락이 덜덜 떨릴 정도거든요. 아침, 저녁으로 파라핀 요법을 해야 돼요.
프리랜서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한 곳에 매여서 노동하는 이들 못지않게 자유는 제한된다. 작가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또한 지속가능한 창작 노동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휴식이 필요함에도 플랫폼에서는 정기휴재를 잘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웹소설 업계에는 정기휴재라는 체계 자체가 없는데 휴재는 곧장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하는 모두'를 노동자로 인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