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28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계단에 선거 홍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선거란다. 오는 6월 1일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합해 약 4000명의 공직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또 선거라니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지방선거 나름의 묘미는 있다.
결선투표제가 없고 양당의 발언권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단 1명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에서는 표가 거대양당 후보들에게 수렴되는 것이 일종의 법칙으로 통한다. 반면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여러 장의 투표지를 받기에 교차투표가 가능하고, 특히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여러 명의 의원을 뽑기 때문에 소신투표가 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지역주민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면 소수정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이더라도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이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여러 복지 정책을 만들어 '이재명식 지역모델'을 제시했고, 이것이 이재명 전 후보가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계기라는 점에는 대부분의 유권자가 동의할 것이다. 이처럼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들이 지역에 대해 어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비전과 비전 간의 경쟁과 토론, 타협으로 지방선거를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또 한 가지의 묘미가 되겠다.
이러한 지방선거의 의미를 살리려면 첫째, 오랫동안 지역에서 헌신하고 기반을 닦아온, 주민들의 눈에 띄는 후보들이 있어야 한다. 둘째, 각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셋째,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유권자가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세력이 의회로 입성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두 달 남겨둔 지금, 지방의원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의미가 있을지 사실 의문이다.
중대선거구제 개편 골든타임, 이미 지났다
대선이 끝날 무렵 더불어민주당이 던진 정치개혁 카드에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현행 2~4인에서 3~5인으로 개편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대선 이후 선거제도 개편과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는 양당간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도 답답하고, 후보도 답답한 상황이다.
마포구 마선거구(서강동·합정동) 기초의원 선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지역은 현재 2인 선거구로 2명의 구의원을 뽑는 곳이다. 향후 정개특위에서 합의된 바에 따라 3인 이상 선거구로 개편되는 경우, 마포구 마선거구는 선거구의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다른 선거구와의 인구 수 편차로 인해 관할 지역이 서강동과 합정동에서 서교동, 망원1동까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후보자의 입장에선 만약 선거구 개편이 이뤄지는 경우 현재 선거운동용 현수막, 선거운동복, 명함 등에 써있는 '마포구 마선거구'라는 문구를 모두 바꿔야 한다. 또한 두 행정동에서만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구성한 예산과 전략, 계획이 모두 틀어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초의원은 해당 지역의 유권자를 대변해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위처럼 선거구 개편이 이뤄지는 경우, 어제는 서강동, 합정동을 중심으로만 활동해왔던 정치인이 오늘은 4개 동 지역 주민들을 모두 대변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선거운동이 의정활동에 앞서 후보가 해당 지역 유권자를 얼마나 잘 대의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과정이라면,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더러 '이 후보가 과연 우리를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라면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다. 선거구제 개편의 가능성으로 주요 정당의 후보 선출 절차가 늦춰지고 있고, 각 출마예정자도 예비후보자 등록을 미루고 있다. 이렇게 유권자들은 후보를 검증할 기회도 빼앗기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농성에 돌입하며 "현실적으로 4월 15일 금요일에 본회의를 하지 못하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은 지난해 12월 1일에 이미 끝났어야 했다. 후보를 검증해 최선의 인물을 뽑고자 하는 유권자들과 지방선거에서 지역을 위한 비전을 들고 주민들을 만나고자 하는 후보들은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1분이라도 빨리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고 유권자들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때다.
누구의 책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