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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나온 류시화 시집, 낭독을 추천합니다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등록 2022.04.18 08:57수정 2022.04.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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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는 까닭, 시를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익숙함을 만들어 드리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와 산문은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에 동시에 소개됩니다.[기자말]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중에서


류시화 시인이 2022년 4월 11일 10여 년 만에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오래 기다린 시집입니다. 류시화 제3시집 <나의 상처는 꽃 너의 상처는 돌>(문학의숲)의 1판 1쇄 발행일이 2012년 4월 23일이었으니 10년에서 12일 빠집니다.

지금껏 발간된 시인의 개인 시집을 살펴보면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푸른숲) 1991년 9월 12일 발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열림원) 1996년 10월 20일 발간, <나의 상처는 꽃 너의 상처는 돌>(문학의숲) 2012년 4월 23일 발간, 이렇게 세 권이었습니다.
 
 류시화시인의 시집
류시화시인의 시집수오서재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인의 시가 당선된 것은 1980년입니다. 등단 시점에서 본다면,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지 42년이 되었습니다. 42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이라면 10년에 한 권 시집을 출간한 것인데요, 시집만으로 시인을 평가한다면, '게으르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요, 아무도 시인을 보고 '게으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가 살아온 삶을 시와, 산문, 번역서를 통해서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시인에게 시 쓰기는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바탕이겠지만, '시 잘 쓰는 시인'이 많은 오늘, 시 쓰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것으로 독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면, 한 명의 시인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이 쓴 새로운 시들을 읽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 말은 그만큼 류시화 시인이 '시인으로서 사랑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번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은 시인의 시 '71편'을 담아냈습니다. 보통 한 권의 시집이 50편에서 60편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많은 양인데요,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시인의 개인적인 사변을 다수 담아낸 세 번째 시집보다 조금 더 깊어진 잠언적인 언어로 '삶'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읽기에는 '선불교'적인 화두와의 유사점이 여러 곳에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는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 '고민'과 연결됩니다.


일상언어로 쓰인, 낭독하기 좋은 시집

또한 시인의 시집의 특징(네 권의 시집을 아우르는)이라고 한다면, 낭독하기 좋은 시집이라는 것입니다.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인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의 해설에서 이문재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상언어들의 직조를 통해, 어렵지 않은 보통의 구문으로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라고요. 이 문장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일상언어'입니다.

시를 쓰는 시어(詩語)가 시에서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시어가 따로 있고 일상언어가 따로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시를 읽어보면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꽤 많이 사용됩니다. 단어뿐만이 아니라 시의 문장을 완성하는 데 있어 사용되는 문법이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시의 문장을 읽었을 때 '이해되지 않는다'라거나 '어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입니다.

시인의 시가 쉽다고 얘기하는데, 시인이 '의도적'으로 우리의 일상언어로 시를 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상언어로 쓰여졌다는 것은 '말로 얘기하기 쉽다'라는 말과도 동일합니다. 다시말해 낭독하기 좋은 시라는 얘기입니다. 이문재 시인은 1집 해설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소리내어 읽을 수 없는 시들이 양산되는 이즈음 그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시들은 감동적이다'라고요.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인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얘기하면서 첫 번째 시집의 해설을 말하는 까닭은, 첫 번째 시집에서부터 시작했던 그의 시론(詩論)이 네 번째 시집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의 시는 일상언어로 쓰여 있으며, 낭독하기 좋은 시입니다.

이번 시집에서 시도 재미있게 읽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미있게 읽은 것은 해설입니다. 처음에는 누가 해설을 썼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시집 해설에 관한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집의 해설은 독자가 시집을 읽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에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시집과는 다른 세상의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집 해설을 읽고 시를 읽으면, 선후가 맞지 않아 혼란스러운 적도 많았고요, 해설자가 이 시집을 이해하고 쓴 글이냐는 의문도 많았습니다.

이 시집의 해설은 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해설자가 얘기하는 주된 얘기는 '크로커스꽃'에 대한 사연입니다. 하지만 그의 얘기가 류시화 시인의 시에 잘 녹아듭니다. 산문 중간중간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억지로 꿰맞춘 것 같지 않습니다. 읽을 수 없는 난해한 해설은 시집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봄과 가을은 시집을 읽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시집을 읽어보겠다'라고 마음먹었다면, 류시화 시인의 시집을 추천해 드립니다. 류시화 시인의 오랜 팬의 한명으로서, 시를 사랑하는 시인의 한명으로서 추천해 드립니다.

또한, 시를 읽으실 때 꼭 '낭독'으로 읽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낭독의 차이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눈으로 읽었을 때, 시는 '타자의 이야기'이지만, 내 목소리로 읽었을 때 그 시는 '내 이야기'가 됩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류시화 시인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0년 <한국일보>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엮은 시집으로 『마음챙김의 시』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와 산문은 오마이뉴스 연재 후,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blog.naver.com/yhjoo1)에 공개됩니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지은이),
수오서재, 2022


#류시화시인 #수오서재 #꽃샘바람에흔들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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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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