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버튼아이가 좋아하는 냉장고 버튼이다. 아이와 아직 씨름 중인 현재 진행형 과제다.
최원석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아이 앞에서 웬만하면 휴대폰을 자제하는 우리 부부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중요한 연락을 기다려야 하거나 퇴근이나 주말까지 일이 연장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본다. 아이는 이를 가만 두지 않는다. 자신이 굳이 휴대폰을 만지겠다며 자기에게 달라고 떼를 쓴다.
뭐 그까짓 것 해주면 되지라고 이 글을 읽으시며 생각하실 존경하는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튼을 계속 누르는 것은 제품의 고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아이는 멈춤이라는 것을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은 만큼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차 안의 버튼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평소 엄마와 함께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자동차 안에서 창문 같은 버튼을 계속 누르는 습관을 들이면 자칫 택시 안에서 버튼을 누르겠다고 우길 수 있다.
그런 아이를 아이 엄마 혼자서 달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이래서 평소 차를 타면 버튼을 누르려 하는 아이를 제지하느라 애를 먹는 것이다. 집안의 모든 불을 켜고 끄는 버튼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하겠다고 난리를 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히 19개월에 들어서면서 숫자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자신이 누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열을 재는 비접촉식 온도계도 아이는 자신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숫자가 표시되는 전자시계도 아이의 고집의 대상이다. 한두 번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나서는 아이가 보이지 않는 곳에 물건들을 숨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버튼이 제일 먼 곳으로 향한다. 그나마 아이의 내가 병과 조금씩 타협해 가는 방법을 나도 나름대로 터득한 것이다.
다른 것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입고 싶은 옷을 자신이 고르겠다고 난리. 양치를 자신이 하겠다고 난리. 원하는 곳에 물건을 두겠다고 난리가 난다. 그냥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하겠다는 '내가 병'의 전형적인 증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