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좋좋소> 스틸컷극강의 리얼리즘으로 인기를 끈 웹드라마 좋좋소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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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직장에서 버틸 수 있던 것은 '소울리스' 덕분이다. 신입사원 시절, 업무 처리가 미흡했다. 눈치는 바닥이고 모든 일에 의욕만 충만해 몸이 고생했다.
입사하자마자 업무 성수기를 맞았다. 무척 바빴다. 메신저와 전화도 빗발쳤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당연했다. 일하던 중 전화가 오면 포스트잇에 내용을 괴발개발 적어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책상 주변에는 포스트잇들과 더불어 내 정신도 사방팔방 널브러졌다. 때려치울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OOO씨, 정신 좀 차리면서 일해. 다이어리에 적고 중요한 일부터 순서대로 처리하면 되잖아. 일 많다고 자랑해?"
지나던 선배가 나를 한심한 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회사에는 나처럼 정신없음을 티 내는 '에너지 낭비형'이 있는 반면 많은 업무도 차분하게 처리하는 '효율형'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 머리와 책상 속 일을 분리수거 한다. 일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많은 일이 쏟아져도 차근차근 업무를 처리한다. 선배가 말한 '중요한 일'만 잘 처리해도 일 잘하는 직원이 된다.
몰아치는 일을 효율적으로 쳐내려면 에너지 분배가 필요하다. 중요한 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영혼 없음'을 수시로 갈아 넣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할 때가 그렇다.
직장인에게는 매일 해야 하는 소소한 일, 루틴한 업무, 반복되는 문서 작업 등 눈 감고도 처리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일에 신입 시절의 나처럼 몰두하면 금세 지친다. '소울리스'로 업무를 처리하고 비축한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루 이틀 일하고 말 직장생활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다 중요한 일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중요한 일 처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회사에서는 늘 효율성을 심도 있게 논하지만, 개인에 대입하면 효율성은 비효율성으로 쉽게 변질한다.
작가 나이젤 마쉬는 TED의 강연에서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은 직원을 최대한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나를 위해, 회사를 위해 스스로 '영혼 없음'을 장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소울리스좌'는 영혼 없이 일하는 표상으로 떠올랐지만, 누구보다 충만한 열정을 담아 할 건 다 하는 직장인이다. 열정의 유효기간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고 최적의 효율을 찾아 일하기 때문에 더더욱 빛이 난다. 직장인에게 선택적 '소울리스'는 환영받아 마땅한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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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네네" 하는 이유,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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