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들이 근로 현장에서 겪는 성차별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근면성실'(근로·면접 시 성차별 실태) 팀은 20대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근로 현장에서 겪은 성희롱에 대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지난 5월 23일 진행되었다. 김소은(가명)씨는 복지센터에서 4개월간 일했던 20대 여성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성차별이나 성희롱성 발언이 매우 사소한 것이며, 이것은 '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흔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깊게 뿌리내렸음을 뜻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 주변에 성차별이 만연함을 다시금 깨닫고,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성희롱을 당해도 '이게 성희롱인가' 고민하는 여성들
- 복지관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기계 조립 등 단순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 그 곳에서 어떤 차별을 겪으신 건가요?
"사실 차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거기서 일하는 분들 대상으로 한 명씩 간단하게 면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는 딱히 생각이 없어서 만날 기회가 없다, 이런 식으로 대충 둘러댔어요. 안 만난다고 하면 '이런 사람들이 제일 일찍 결혼하더라' 같은 말을 듣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대충 둘러댔는데 면담하시는 분께서 '나중에 결혼도 하고 남편이랑 뭐 관계도 가져야 하지 않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때 약간 당황하긴 했는데 그냥 아무 얘기도 못 하고 '네, 뭐 그렇죠' 이렇게 넘겼던 것 같아요."
-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당황하시고 또 기분도 안 좋으셨지만 딱히 별 대처는 못 하셨다, 이런 말씀이신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 저 같아도 갑자기 그런 말을 듣게 되면 대처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러면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혹시 개인적으로 하신 노력이 있으신가요?
"그때는 사실 너무 순간이라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나중에 (관련한) 서명 운동 같은 거 보면 참여하고 그랬습니다."
- 그때 이후로 그런 활동에 더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아니면 원래도 그런 활동들을 보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편이셨나요?
"그때 경험과는 상관 없이 원래도 조금씩 참여하는 편이었는데, 대학교 입학한 이후로 이런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 저도 대학교를 다니며 이런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본인이 생각할 때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차별로 인해서 나중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 같은 것이 좋겠네요."
- 좋은 방안 제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질문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본인에게 '일'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적인 생존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인 생존 수단이라는 게,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그리고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해도 될까요?
"네, 사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일할 때 어떤 일터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수평적이고, 서로의 사적 영역을 존중해 주고, 서로가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터면 좋겠습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김소은(가명)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런 (사소한) 것도 성차별인지 모르겠다" 라고 말했다. 김소은(가명)씨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도 이런 상황을 겪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내 경험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며 성희롱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근면성실' 팀이 20대 여성 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 중 42%가 근무지 내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이 아니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사회적 문제이다. 여성 두 명 중 한 명 꼴로 근무 중에 성차별을 당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얼마나 만연한지를 보여준다.
김소은(가명)씨의 답변처럼, 일은 사회적인 생존 수단이며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평등하고 존중받는 일터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