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사진 작가 홍해숙씨.
최방식
작업실을 찾은 20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도 그녀의 거처는 제법 시원했다. 아담한 두 채의 집은 앙증맞은데, 허물어지는 행랑채와 외양간을 개조한 것이었다. 잔디와 꽃 가득한 정원은 자연사랑과 옛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한가득 품고 있다.
"새 건물을 짓겠다며 멀쩡한 건축물을 부수는 것 보면 가슴 아파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그 혼 그 역사를 왜 그리 못 무너뜨려 안달인지. 하나 둘 예쁘게 고쳐 사용하면 정겹고 자원도 아낄 수 있을 텐데요."
6년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북극을 위한 엘레지'를 기억할 것이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그린피스와 공동기획, 바다 유빙 위에서 연주한 것. 빙하가 녹아내리는 굉음 뒤 조용히 흐르는 선율.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슬픔 뒤로 흐르는 자막. "제발, 북극을 구해주세요."
취재를 마치고 집필하는 저녁시간. 자폐 변호사 이야기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드라마 속 소송 의뢰인(도로를 내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사람들)의 절규가 더 크게 울린다. "막 사라져 버려도 되는 그런 동네는 아니란 말입니다." 그녀의 작품 속 꽃은 그녀의 작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그림 역사는 지난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여군 하사관에 지원했다. 신체조건 미달로 탈락했지만, 반협박(떨어뜨리면 합격할 때까지 지원하겠다)이 아니면 패기에 감복했는지 추가(정원 외)로 합격시켜줘 입대할 수 있었다. 군 생활은 남편을 만나게 했고, 꽃 사랑(예술)의 또 다른 계기가 됐다.
"막 사라져도 되는 그런 동네는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