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문지 <키노> 2001년 6월호 속 정우성
키노
정우성은 2001년 6월에, 이정재는 같은 해 11월에 영화전문지 <키노>의 표지를 흑백으로 장식했다. 이 역시 아름다운 필연으로 보인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선 두 배우의 인터뷰를 읽으니 <태양은 없다>와 <헌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요원답게 각 잡힌 액션과 감정이 폭발하는 계단 격투 장면이 일품인 <헌트>도 멋지지만, <태양은 없다>에서 날것의 주먹을 날리는 도철(정우성)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지 않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정우성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격렬한 싸움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멋진 장면들에서는 폼을 너무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상황은 이미 '멋지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멋진 행동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상황 속으로 녹아들고, 거기에다 다른 감정을 이입시키면 그 씬이 더 살아나는 거죠. 멋지게 잘 만들어지고 있는데 더 이상 포즈를 취할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한 대 때리려다 미끄러지는 편이 인간적일 수 있다, 그런 저런 계산이 많아요." - 2001년 6월 '키노' 인터뷰, 이연호 기자
<헌트>의 엄청난 액션에선 도저히 인간적인 느낌은 받을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어떤 계산으로 격투 장면에 임했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