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중청계천에 면해 을지로 금속 및 정밀기계 생산 생태계를 잠식해 들어 온, 공사 중인 1백미터 높이 아파트. 이 공간의 가까운 미래처럼 보임.
이영천
한 공간이 해체되면 다른 기능으로 대체된다. 해체된 공간은 또 다른 곳에서 유사 생태계를 형성하는 풍선효과를 일으킨다. 이런 현상은 주거나 서비스보다 생산기능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물론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 지루한 갈등 과정을 거쳐야 함은 불문가지다.
갈등의 첫째 요인은 생산기능을 혐오시설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를 지역 쇠락은 물론 땅값 하락 요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오랜 시간 갈고 다듬어 숙련된 기술력을 상실할 위험성이다.
과거 구로공단 이주와 변모 과정이 하나의 사례다. 구로공단 2차산업은 남동, 시화, 반월공단 등 다른 도시의 산업단지로 이주가 불가피했다. 그 후 디지털단지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을 상기해 보면, 공간기능 해체가 풍선효과를 일으켜 어떤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키는지 명확해진다.
생산기능은 쉬이 소멸하지 않는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삐져나온다. 공간의 물리적 환경 개선을 통해, 도심에 형성된 생산기능의 보전과 이의 지속성을 어찌 확보해 나갈 것인지 해법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다.
하청 도시
토지는 고정성과 희소성이라는 특성으로 최적 배분이 어려운 자본재다. 이는 공공이 개입할 당위성을 제공하는 원인으로 '도시계획'이 도구의 하나다. 용도·지역지구제를 통해 토지라는 사유재산에 제약을 가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토지시장에 효율적 개입이 가능토록 항시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