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에 입선한 작품(맨 왼쪽) 등 그의 그림.
최방식
"직장 다니며 독학 미술대전 입선"
"고교 졸업 뒤 여주의 서예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요. 그림을 하고 싶었지만 길이 없었고, 글씨라도 배워보려고 간 거죠. 거기서 4군자 그림을 봤는데 가슴이 뛰었죠. 학원은 곧 문을 닫았고, 제 작은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죠. 생활고에 시달려 미술 할 여력도 없었지만요."
그는 축산업을 시작했다. 돼지를 한 마리부터 시작해 2백마리까지 늘렸다. 하지만 1979년 축산파동으로 빚만 떠안고 망했다. 도자기공장에 화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검찰 기능공무원(2018년 정년퇴직까지)을 시작했다.
빚 부담에 부업으로 사슴목장(이후 가공하는 건강원까지)을 열었다. 생계에 도움 됐지만 그림 공부에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사슴 탈출 사건으로 목장을 폐쇄하고 건강원만 운영하다, 그림에 전념키로 하고 이 역시 그만뒀다.
그렇게 찾아온 늦깎이 그림 공부. 작업실(건강원을 개조)도 마련했다. 산수화도 모사 중심이 아닌 자신이 본 세상을 담겠다고 했다. 화가들이 종이와 붓(연필)을 들고 야외에서 스케치하는 게 부러웠는데, 왠지 쑥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이제 용기를 내겠다고 했다. 한국화(산수화) 분야에서 미술대전에 도전하겠단다.
그림이 당신 인생의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망설임 없이 "내 전부"라 했다. 맘 속 깊이 간직해 온 화가의 꿈. 회갑을 넘겨 그 오래된 꿈을 실현해가는 화가.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이들에겐 "결코 놓지 말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꼭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문화예술 인생역전 하면, 조지 윈스턴(73)을 빼놓을 수 없다. '캐논 변주곡'(피아노 연주)으로 스타가 됐는데, 원곡은 17세기(바로크음악) 요한 파헬벨이 작곡한 '캐논'(현악 합주곡)이다. 조지가 피아노 음악으로 편곡했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듣는 건 그의 변주곡. 3백 년 전의 음악을 활용, 세기적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