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지돈대는 강화의 남쪽 바닷가 해안에 있다.
이승숙
큰 암반에서 돌을 떼어내는 작업은 겨울에만 가능했다. 암반에 작게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 마른 밤나무 토막을 꽂는다. 그리고 물을 부어두면 물에 불은 밤나무 토막이 꽁꽁 얼면서 팽창한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얼었던 게 녹았다가 밤에 영하로 떨어지면 또 팽창하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바위가 깨지고 떼어진다.
이렇게 떼어낸 돌을 각 돈대 작업 현장까지 옮기는 데도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돈대를 쌓는 현장 근처에 바위가 많지 않을 경우 먼 곳에서 돌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강화도뿐만 아니라 옆 섬인 석모도의 산에서도 채석 작업을 했다. 그 돌을 실어 나르는 데 배가 75척이나 쓰였다. 각각의 배에는 사공 한 명과 두 명의 격군이 있었으며, 돌을 들어 옮기고 나르는 인부들도 많았을 테니 여기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다.
돈대 축성 전문가들 강화에 모이다
이렇게 옮긴 돌을 정으로 쪼고 다듬는 전문 석수도 400여 명이 강화도로 왔다. 돈대의 문을 만들기 위해 주물 기술자도 50여 명이나 왔고 성을 쌓는 전문 축성 기술자도 1100여 명이나 강화로 왔으니, 이러한 전문 기술자만 해도 거의 2000명 가까이 강화에 온 셈이다.
조정에서는 승군을 활용하여 돈대를 두 달 안에 다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돈대 축성의 어려움으로 기한 안에 다 만들 수 없었다. 어영군 4300여 명이 더 충원되어서야 비로소 돈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