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회식직장인들이 모여 회식을 하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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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메뉴는 뭐가 좋을까?"
"삼겹살이나 소고기…요?"
과거 회식은 일종의 통보였다. '회식할까?'라는 물음 자체가 생략되던 시절이 있었다. '메뉴를 어떤 것으로 정할까'부터가 회식 준비의 시작이었다. 회식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당연한 업무의 연장이었고, 있는 약속도 취소해 가며 꾸역꾸역 참석했다. 시대 분위기가 그랬다.
유형도 다양했다. 팀 회식, 부문 회식, 남직원 회식, 여직원 회식, 진급자 축하 회식, 진급 누락자 위로 회식, 무사 보고 완료 회식, 회의 끝나고 회식, 출장 마무리 회식을 비롯해 임원의 '약속 없는 사람 저녁이나 할까?' 등 말 그대로 업무 시간의 연장이자 쉴 틈 없는 술자리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리만큼 불참자는 많지 않았다.
"N잡과 취미 등 자신만의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는 요즘 세대에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재화이기 때문에 회식 시간은 아깝다. 조직 관리를 위해 꼭 회식을 해야 한다면 최소 한 달 전에 날짜와 회식 소요 시간, 장소를 통보해야 한다."
최근 한 Z세대 직장인이 회식을 다녀와 쓴 글의 일부 내용이다. 이걸 보고 "뭐?…뭐라고?"라면서 뒷목잡을 상사는 요즘 세상에는 없다. 좀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시대도 변했다.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흔들면서 직장인의 삶도 바뀌었다. 특히 회식 문화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눈에 띄게 변했다. 재택근무가 늘고 여럿이 모일 수 없는 환경이 되니 자연스럽게 회식은 줄었다. 젊은 직장인은 급변하는 회식 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개개인의 프리한 저녁 시간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재택근무를 없애는 회사가 늘었다. 회식도 다시 시작되었고 젊은 직장인들의 불만도 늘었다. 이들은 사적 모임이 제한되었을 때는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회식이 늘자 '엔데믹 블루'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외신에서까지 '한국의 회식 문화와 젊은 직장인의 엔데믹 우울증'을 보도할 만큼 한국 사회에서 회식의 역할은 긍정적이지 않다. 아직은 한국 기업의 회식 문화가 명확하게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로 보인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것은 기업이 코로나 팬데믹이 바꾼 새 시대와 회식 자제를 사내 복지로 꼽는 세대를 인식하고 회식 문화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 아닙니다.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식 문화를 재편하는 메시지를 사내에 전파했다. 이는 바로 사회로 확산하였고 기업이 회식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4.5%가 '코로나19로 달라진 회식 문화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회식이 줄어들어 기쁘다는 한 후배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이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하고만 만나서 한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세대 차이가 아니라 개인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