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내외국인들이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권우성
"어르신, 조심히 내려가세요."
"앞에 사람 많으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내려가세요."
"엘리베이터 잡아 드릴테니까 그걸 타고 내려가시고, 계단으로 가시는 분들은 일렬로 천천히 난관 잡고 내려가세요."
지역사회 내 복지관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큰 규모의 행사를 할 때면 지자체장들도 참석하기 때문에 행사 참석자가 200명도 넘게 오기도 한다. 그에 비해 수가 월등히 적은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며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도록 노력한다. 각자 담당한 업무를 포기한 채로 행사에 투입돼 행사가 끝나기 전 참석자들보다 먼저 빠져나와 이동 경로를 확보하고 소리친다.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도 있고, 걸음이 빠른 분도 있어 서로 뒤엉킬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르르 몰리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내려갈 수 있는 이동 경로를 분산시키고, 계단으로 내려가게 유도할 떄는 각 층계참에도 직원들을 배치하여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한다. 복지관 외부 출입문까지 직원을 배치하여 어르신이 완전히 빠져나가 댁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관리한다.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직원들의 업무 분장을 하는데 그때부터 신경쓰는 것은 직원들이 안전요원으로 언제,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큰 행사를 큰 행사든 작은 행사든, 심지어 일대일로 어르신과 대화 후 배웅할 때도 출입문을 잡아드리고 문턱이나 계단을 조심하라고 언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움직여준 덕분에 지금껏 어떠한 안전 사고도 경험한 적이 없다.
행사 참가자는 안전을 관리하는 인력의 안내를 잘 따르게 돼있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참가자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면 어떠한 행사든 잘 끝마칠 수 있다. 그러니 안전 요원을 배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국가가 정한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10.29 참사가 발생하고 국가가 지정한 애도 기간이 끝났다. 그럼에도 내 가슴이 아직도 먹먹한 이유는, 누구도 책임지려는 모습은 없고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희생양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SNS를 통해 퍼진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밀어'라고 외쳤다던가, 각시탈을 쓴 사람이 바닥에 오일을 뿌려 미끄러져 압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출처 불분명한 '소문'을 경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직접 나서서 조사하겠다 한다(특수본은 '토끼머리띠' 인물들을 추적조사했으나 지난 7일 '혐의 없음' 종결했다).
그 많은 인원이 어떤 특정 사람 때문에 넘어지거나 대통령 퇴진 운동에 참여했던 시위대 때문에 156명이 사망하고, 197명이 다쳤다고 과연 누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설령 시위대가 정말 축제를 즐기러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가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명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은 다같은 국민이지, 누군 국민이고 누군 국민이 아닌가. '선택적 국민'은 없다.
지금은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막지 못했는지 명백히 밝혀 책임을 지고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흘러가는 상황은, 그때 당시 축제에 참석했던 일반 국민들이 참사 원인 제공자로 지목을 당하고 있다. 10여만 명이라는 인파가 한 장소에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해놓고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인력은 왜 보이지 않았는지, 정부가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가로서의 의무를 지키고자 노력했는지 반성을 하고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