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에서 내려다 본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전경해발 600고지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서벽리 마을 전경이다.
김은아
우리 회사는 눈이 오면 전 직원이 부서별로 맡은 영역을 제설하는데 부서를 옮기기 전에는 딱히 눈 치울 일이 없어서 타부서 직원들의 애로 또는 눈 치우는 기쁨(?)을 잘 알지는 못했다. 그저 누군가 치우는 눈, 누군가 치워놓은 길을 안전하게 사용할 뿐 그 눈을 치우는 일을 해보리라곤 생각을 못 했다. 역시 사람은 무엇이든 해봐야 맛을 안다. 우리 부서 업무 중 주요 업무는 민원 처리이다.
늘 민원인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주머니 뒤집어 세탁하듯 이리저리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면 우리는 정말 바빠진다.
수목원에는 관람하다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우산을 가져달라고 아우성치는 민원인들이 있기에 비가 오면 우산을 배달하는 것도 우리의 일상이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민원인들이 좀 더 편안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은 또 다르다. 근무하는 우리도 또 방문객들도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으니 건물 앞, 주요 전시원의 눈을 치워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집에서도 눈을 치워본 일이 없어 눈 치우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난생 처음 써보는 넉가래라는 넓적한 삽으로 눈을 밀면서 힘을 잔뜩 주니 항상 눈을 치우고 나면 팔과 허리가 뻐근하다. 해보지 않은 일이니 만큼 나의 눈 치우기는 상당히 어설펐다.
아침 출근 중 자신 있게 길을 걷다 보면 보기 좋게 엎어졌다. 눈 덮인 노면 위로 단단한 빙판이 있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우아하게 엎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가 볼까 부끄러웠다. 그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픈 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퍼뜩 자리를 털고 일어나 총총총 걸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전 9시가 되면 우리 모두는 손바닥이 빨갛게 코팅된 면장갑을 낀 후 넉가래, 삽, 빗자루를 들고 우리의 영역으로 간다. 능수능란하게 눈을 치우는 나의 동료들은 이 겨울을 매우 능숙하게 다루는 듯하다.
넓은 면적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동료들은 '짱구'를 잘 굴려 넉가래를 이어붙이고 달린다. 쌓인 눈은 넉가래 앞면으로 밀고, 노면의 얼음은 넉가래를 뒤집어서 민다. 밀고 남은 얼음 부스러기와 눈가루는 빗자루로 쓱쓱 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