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전략 설명하는 박진 장관박진 외교장관이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설명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그런 뒤에 보고서는 좀더 노골적으로 대결 노선을 시사한다. 제3장 '중점 추진 과제'의 '4. 포괄안보 협력 확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협력 강화, 중국 견제 4개국 협의체인 쿼드와의 협력 강화를 천명한다. 중국이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나토 및 쿼드와의 협력을 거론한 것이다.
보고서는 경제 방면에서도 중국을 압박할 뜻을 천명했다. 제3장 '5.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은 "개방적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참여하였으며 IPEF가 인태 지역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체로 발전해 나가도록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윤석열 정부가 가입한 IPEF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무역관행이 불공정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및 시장질서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창설을 제안한 '안보+경제' 동맹이다. 무역, 공급망 구축,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새로운 무역질서 창출을 지향하는 기구다.
이런 IPEF를 인태 지역의 실질적 경제협력체로 발전시키겠다는 윤 정부의 구상은 중국 기업들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무대로 활동하기 힘들도록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를 위해 주요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것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외교활동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다.
나토와 쿼드에 더해 IPEF로도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의 대응은 사드 보복조치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한·중 대결 양상이 종전의 남북대결보다 약하리라고 낙관하기는 힘들다. 북한에 더해 중국까지 한국 안보의 '고정 상수'가 되는 것이다.
보고서의 이상한 논리
한국판 인태전략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와 동시에 일본과의 협력 심화를 천명한다. 이것이 3대 비전, 3대 협력 원칙, 9대 중점 추진 과제의 저변을 흐르는 또 하나의 내용이다.
이 전략의 핵심 요소인 한일협력 강화는 보고서 11쪽에 설명돼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일본과는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추구할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면서 일본과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이상한 논리를 선보인다. 일본과의 관계가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필수 기능을 한다는 논리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는 역내 국가 간 협력과 연대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한국의 대외관계가 한일관계에 의해 좌우될 여지를 남기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뒤 보고서는 곳곳에서 한·일 협력을 포함하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다. 보고서 19쪽은 이를 토대로 중대 현안들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한다. "자유민주주의의와 인권을 공유하는 한·미·일 3자 협력"으로 북핵과 미사일, 공급망, 사이버 안보, 기후 변화, 보건위기 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21쪽은 대북 견제를 명분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도 천명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확대해 평화 수호 역량을 배가해 나갈 것이다."
한국판 인태전략 보고서는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포용·신뢰·호혜 원칙으로 접근하겠다고 표방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포용·신뢰·호혜의 자리에 실상은 한·미·일 협력 혹은 한·일 협력이 들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협력 구도가 한국판 인태전략의 핵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인태전략하의 한·미·일 협력을 매개로 한국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1882년 임오군란 진압을 명분으로, 1894년 동학혁명 진압을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하고, 1905년에 외교권을 빼앗고 1910년에 한국 전체를 강점해 1945년까지 착취했던 나라가 일본이다. 이런 나라가 불과 80년도 안 돼 한·일 혹은 한·미·일 협력 명분으로 한국의 운명에 깊숙이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 윤석열판 인태전략이다.
1953년 이래로 안보상 충돌할 일이 거의 없었던 중국을 대결의 상대방으로 만드는 동시에 일본을 한국의 운명 깊숙이 끌어들이는 한국판 인태전략이 채택됐다. 사실상 북한만 상대했던 한국의 안보환경이 전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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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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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인태 전략, 윤 정부의 중국견제 우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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