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들어갔다 나왔더니, 양 팔에 목발을 낀 '교통약자'가 되었습니다.
박장식
하루아침에 교통약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예정되었던 일이긴 합니다. 원체 발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최근 자주 발목이 접질리는 통에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발목 인대를 새로 해넣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원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았고, 우락부락한 통깁스 외에 겉으로 달라진 점도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과가 좋다고 해서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깁스에 싸인 발이라고 해서 바로 땅에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혹여나 수술한 부분이 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입원 전날까지 어디든 자유롭게 오갔던 저는 과장을 좀 섞어서 하루아침에 '노약자석에도 앉을 수 있는' 교통약자가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큰 벽이 된 계단
예정된 수술이었고, 수술 전에 어지간한 일정들을 모두 정리했다고는 해도 외출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 밖을 나서는 길부터 험난했습니다. 가까운 목적지는 택시로 간다지만, 어느 정도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외출이야 택시를 탔다지만, 내내 택시만을 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병원 진료를 받은 뒤 다른 목적지로 가려면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목발을 짚으니 걷는 거리는 줄이면서, 최대한 저상버스만, 엘리베이터만 타기로 나름의 전략을 짰습니다.
다행히도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는 저상버스가 왔습니다. 잠깐 목발에 무게를 실어 한 걸음만 옮기면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다 도착한 지하철역. 역시 다행히도 역 출구에서 대합실까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목발만 잘 움직이고, 손잡이만 잘 잡으면 되니 에스컬레이터는 걷는 것보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저찌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한 방향만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승강장 언저리를 둘러보아도 엘리베이터 타는 곳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계단 끄트머리에 있는 장애인 리프트를 보고서야 '맞다, 이 역에는 승강장 가는 승강기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목발과 손잡이를 지지대삼아 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삐끗하면 데굴데굴 구르기 십상인 계단은 낭떠러지 위에서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