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담벼락에 기대면 추위에 더 잘?버틸 거라는?계산으로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김정아
부러진 가지는 어찌해야 하지? 아까웠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심어 보기로 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사실 화초마다 삽목이 잘 되는 것들이 있고, 잘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찾아보니 부겐빌리아는 잘 되는 편이라고 나와있었다.
이번 삽목은 별로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뿌리를 내렸다. 날씨가 늦게까지 따뜻했던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모종 만드는 아주 작은 화분에 흙 담아 꽂아두고, 그 위에 페트병 자른 것을 뚜껑처럼 씌워놨었는데, 그게 온실 역할을 하면서 수분도 지켜줘서 편안하게 뿌리를 내렸다.
잎이 난 것을 보고 한국에 한 달이나 다녀왔는데, 꿋꿋이 계속 잘 자라서 돌아왔을 때에는 제법 단단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였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그리고는 날씨가 추워져서 급하게 화분을 바꿔 집안으로 들여왔다. 집안으로 들어온 다른 아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꽃을 피웠는데, 이 녀석은 몇 달 동안 참 조용히 있었다. 나는 간혹 물을 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했는데, 어느 날 보니 작게 붉은 티를 내더니 이렇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러진 가지가 되어도 용기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