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핑 배우는 중별로가 트래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문제는 재미와 지속이 함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자의 이유로 여섯 명의 제자는 금세 모두 사라졌고, 나 하나만 남았다. 별로도 이 모임이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나의 가르침 요구에도 흔쾌히 "오케이"라고 외쳤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남은 한 명이 1년 가까이 매주 자기 집 앞에 대기하며 "나를 가르쳐라!" 요구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번은 그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별로님의 금요일 저녁 6시부터 7시까지는 내 거야, 이지은 고정이야! 약속 잡지 마요. 내게 지분이 있으니까!"
나도 안다. 새파랗게 젊은 청년에게 가장 뜨겁게 즐길 시간인 금요일 저녁을 할당해달라니, 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런데 의외로 별로는 순순히 그 시간을 내게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1년 가까이 매주 같은 시간에 함께 공을 찬다. 어떤 부분은 그를 소개해준 기린보다 더 친밀해서, 축구 외의 삶도 일정 부분 공유하고 고민과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관계 문제로 한껏 힘들어하던 시기에 별로에게 이를 털어놓았다가 의외의 해답을 얻기도 했다. 축구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해서 업고 다닐 판인데, 그에게 인생도 배운다. 그러니 그가 소중할 수밖에.
그와의 대화 끝에 머릿속이 개운하게 정리된 날, 고마운 마음을 한껏 담아 "별로님 나한테 너무 소중하다! 업어줄게. 내 등에 업혀요!" 외쳤다. 그는 기꺼이 내준 내 등 뒤로 점프해 나를 찍어 눌러 바닥에 고꾸라지게 만들더니 이윽고 겨우 일어난 내게 허리후리기를 시연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당해본 허리후리기 덕분에 고마운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자신에게 너무 많은 애정을 쏟지 말라는 무언의 배려인가. 덕분에 바닥으로 고꾸라진 나는 그를 향해 눈으로 레이저를 쏴붙였다. "축구 엄마고 뭐고 가만 안 둬, 진짜."
이 다채로운 관계가 기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