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불은면 오두리 바닷가에 있는 '오두돈대'의 위용.
이승숙
외성은 동쪽 해안을 따라 쌓았는데 몽고군이 바다를 건너 공격하지 못하게 한 중요한 방어시설이었다. 강화도 자체가 이미 바다라는 천연의 해자가 보호해주고 있고 거기에 더해 외성까지 쌓았으니 강화도는 가히 금성탕지(金城湯池)였다.
강화 외성은 강화 동북쪽 바닷가에 있는 적북돈대에서부터 시작되어 강화 남단 초입에 있는 초지돈대까지 총 23km에 달한다. 외성 구간에는 돈대도 18개소나 있다. 돈대(墩臺)는 주변 관측이 용이하도록 평지보다 높은 평평한 땅에 설치한 조선시대의 소규모 군사 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강화도 해안에 54개가 있다. 그중 18개나 되는 돈대가 외성 구간에 있는 걸로 봐서 이 구간이 강화도 방어에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강화해협을 지킨 18개의 돈대들
치앙마이에서 돌아온 뒤인 지난 2월 14일, 오두돈대에 갔다. 작년 8월 하순에 가보고 처음이다. 그때는 늦더위로 땀을 훔쳤는데 이번에는 추워서 목을 옷깃 속에 파묻고 자라목을 한 채 오두돈대를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오두돈대의 이름에도 자라가 들어 있다. 돈대가 들어선 곳이 마치 자라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오두(鰲頭) 돈대다.
오두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에 축조되었다. 강화군 불은면 오두리에 위치한 이 오두돈대는 덕정산이 동쪽으로 뻗어 내려오다 해안으로 툭 튀어나온 곶의 정상에 위치한다. 자라 머리 모양의 이 작은 동산은 돈대를 축조하던 당시에는 섬이었을 것이다. 강화의 넓은 들판은 대부분 간척으로 만들어진 땅이고 보면 오두돈대 앞의 들판 역시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농토다. 오두돈대가 있는 동산도 원래는 섬이었으나 간척으로 본 섬과 하나가 되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