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수심 120센티미터 수영장에서 각자의 속도로 물과 가까워졌다.
주니어김영사
시골에서 자란 나는 물에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냇물에서 땅 짚고 헤엄치다가 '저절로' 떠서 개헤엄을 쳤고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잠수까지 할 수 있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의 여름방학 중요 일과는 수심이 깊은 웅덩이에서 놀기. 큰 비가 내린 뒤에만 물살이 세진 곳에 본능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개울이 없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물이 낯설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미리 생존 수영 동영상을 시청하며 내적 친밀감을 쌓아 올렸다. 구명조끼를 안 입은 사람이 페트병이나 과자 봉지를 이용해서 물에 떴고,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간 사람이 침착하게 팔다리를 벌리고 누워서 살아남는 것을 보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수영을 못해도 물에 뜰 수 있는 '잎새 뜨기'를 배운 덕분에 구조되었다.
뒤집기나 걸음마를 떼는 시기가 각자 다른 것처럼, 수심 120센티미터 수영장에 간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물과 가까워졌다. 처음부터 호흡과 발차기를 잘하는 아이도 있었고, 물속에 들어가기 전부터 몸이 굳는 아이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장에 잠깐 다녔던 우리 아이는 후자.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버스 타고 수영장 가는 시간만큼은 즐거워했다.
그 시기에 나는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 마음을 짓누르던 것들을 글로 써서 한 겹씩 걷어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해맑게 웃고 싶어서 어린이가 화자인 동화를 써봤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자기 검열을 하고 싶어도 잘 모르는 세계라서 무작정 나아갔다. 손톱, 모바일 게임, 자전거 타기 세 편을 쓰고 나서는 둘째 아이에게 생존 수영에 대해 질문했다.
"몰라. 재미없었어. 그때 내가 엄마한테 다 얘기해 줬잖아."
어느새 자란 아이는 '몰라 화법'을 쓰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나는 수소문 끝에 생존 수영을 가르치는 이혜민 선생님을 만났다. 젊고 활기찬 수영 선생님은 '음파' 호흡법과 아이들이 '잎새 뜨기' 익히는 과정을 알려주었다. "아!" 알겠다는 뜻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절반쯤만 이해했다. 딱 눈치챈 이혜민 선생님이 생존 수영 현장으로 데려갔다. "아아~" 진짜로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행도 홀로 오지 않듯 행운도 연달아 왔다. 초등학교 교사인 후배가 생존 수영 배우는 아이들의 태도와 교실 분위기를 알려주었다. 물놀이장 가는 것처럼 기대를 품었다가 너무 무섭다며 관망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있었다. 수영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 있는 아이들은 난생처음 수영장에 온 반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려 한다는 것도 알았다.
현장 취재를 조금 더 하고, '잎새 뜨기'를 배웠던 어린이들 몇 명을 더 인터뷰하고 났더니 재미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지민이와 찰떡처럼 어울리는 짝꿍 하준이와 '귀여운 빌런'도 덩달아 떠올랐다. 그날그날 신나게 쓴 이야기를 둘째 아이에게 보고하듯 들려줬다. 완성하고 보니 동화는 밋밋해서 노트북에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지만.
프로가 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