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로 헐벗은 산의 풍경과 산 비탈길에서 나무를 심는 참여자와 자원봉사자
이현우
1.8m 간격으로 나무를 심었다.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임무는 조선 괭이로 열심히 땅을 파는 거였다. 금세 땀이 나기 시작했다. 참여한 신혼부부는 즐겁게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사진도 찍었다.
어느새 스무 그루를 다 심었다. 산중턱에서 산 아래로 내려와 솜털처럼 보이는 작은 묘목들이 심긴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이날 신혼부부 한 쌍당 스무 그루씩 심었다. 임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심은 나무까지 약 3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는 벚나무로 계산하면 1ha(100m x 100m)에 해당한다. 언제쯤 울창한 푸른 숲을 이룰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이곳에 찾아와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주최한 이 기업은 국내 화장지를 비롯한 생활용품 제조사다. 화장지는 나무를 베어 만들어진다. 판매하는 제품이 대부분 일회용품이라는 지점에서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라는 뜻의 용어)'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요즘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로 인해 'ESG경영', '지속가능한 기술과 발전'이 기업계에서는 대세다. 저마다 재활용, 저탄소, 탄소중립이라는 말로 치열하게 홍보한다. '우리 제품 사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더욱 큰 것만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많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환경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속상했다.
반면 신혼부부 나무심기 캠페인은 38년 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무척 감동적이었다. 38년 전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 진정 지속가능한 지구를 생각한다면 소비를 조장하는 일을 멈추고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데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움직임 아닐까. 간단한 경제 이론이다. 수요(소비자)가 있으니 공급(기업 제품)이 발생한다. 한 기업이 공급을 줄인다 하더라도 후발 기업이 그 공급량을 대체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요를 절대적으로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한 참가 부부는 친환경적 노력을 소개하는 시간에 "소비를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했다.
나무를 보며 고맙다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화장지나 물티슈보다는 손수건이나 행주를 사용하고, 일회용 컵보다는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생리대보다는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 '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적 노력을 더욱 해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식목일에 나무심기와 산불교육 병행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