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왼쪽) 잘라낸 잔가지들
김정아
우리도 벚나무 가지치기를 2년 전에 심하게 했는데, 꽃이 피었다 진 이후에 했다. 사실 가지치기는 겨울철, 나무가 자고 있을 때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밴쿠버는 겨우내 비가 오기 때문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비가 올 때 가지치기를 하면 자른 부분이 아물기 전에 물이 닿아 오히려 병이 들기 쉽기 때문이다.
꽃이 진 후에 가지치기를 하면, 한창 왕성하게 성장할 무렵이라 잘라낸 부분이 많이 아프긴 하지만, 그만큼 회복력이 좋기도 하다. 그리고 여름 내내 가지를 새로 만들어내서 이듬해에도 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면 어느새, 언제 가지치기를 했냐는 듯 무성하게 꽃을 매달게 된다.
나는 피지도 못한 채 잘려나가는 꽃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잠시 쳐다보다가 다가가서, 잘라낸 가지의 일부를 내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내가 말하는 뜻을 바로 알아듣고는, 가지를 한쪽으로 빼주면서, '여기서 자르면 안전하다'고 말해줬다.
기쁜 마음에 얼른 들어가 전지가위를 들고 나와서 되는대로 성큼성큼 꽃가지를 잘라 모았다. 내가 잘라 모으는 모습에 어쩐지 그들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정리를 시작하는 것 같기에 잘라놓은 것들을 허둥지둥 우리 집 현관 앞으로 옮겨 놓으려니 다가와서 떨어진 것들을 주워 내 팔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명함을 주며, 우리 집 가지치기가 필요하라면 연락하라는 홍보도 잊지 않았다.
버려진 가지들을 정리해서 꽃병에 꽂았다
나는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부지런히 가지들을 정리했다. 마침 내가 전해줄 물건이 있어 받으러 왔던 지인에게도 얼른 캔에 물을 받아 꽂아주고, 꽃을 좋아하는 이웃집에도 한 뭉치를 만들어 집 앞에 놓아두었다. 꽃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