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1번가-1보행자 전용도로와 주변 상가의 안양 1번가 내부 공간.
이영천
무엇 때문일까. 복잡한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물리적 여건은 가로환경이나 건물 밀집도, 노후도, 공원녹지 비율과 대중교통 접근성 등일 것이다. 인문 지리적으론 주변 토지이용과의 상호 연계기능과 인구밀도, 유동 인구 등이 영향을 미치는 인자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와 구매력 저하, 폐점 등도 살펴야 한다.
안양 1번가는 한때 길을 걸어가면 다른 이와 어깨를 부딪는 게 일상이었다. 좁고 긴 분지에 평면적으로 확산한 안양은, 비교적 균질한 토지이용 밀도를 보이는 도시다. 모든 도시 활동이 안양역으로 모였고, 흩어져 나갔다. 1번가 격자형 가로는 과거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인근 신도시 평촌의 등장이다. 1994년 신도시 광역 교통 대책의 하나로 생겨난 과천선(남태령∼금정, 지금의 수도권 전철 4호선)이 신호탄이었다. 인덕원∼평촌∼범계로 이어지는 주변 역들의 등장은, 안양에서 공간 경쟁에 불을 지른 불쏘시개였다.
공간 경쟁의 이유
인근 지역 평촌은 1기 신도시다. 평촌은 1980년대 후반 당시 3저 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이라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폭등하는 집값을 잡으려는 2백만 호 주택건설계획에 힘 입어 탄생하였다. 즉 주택 공급량을 늘리자는 정책이었다. 그 결과로 고밀도 토지 이용에, 고층 아파트 일색의 신도시가 탄생하였다.
획일화된 토지 이용으로 인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용도구역 분할이 이뤄졌다. 그래서 주거지역에 상업이나 업무가, 상업지역에 주거가 침범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띠게 되었다. 결국 한정된 면적에 희소성을 띠게 된 상업지역은 필연적으로 지대(地代)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신도시의 이런 모순이 원도심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된 역설을 만들어냈다.
범계역이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을 먼저 살피는 이유는, 쇠락하는 1번가 문제를 현 범계역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