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간-신혼일기> 표지
김다명
이번에 소개할 김다명 작가의 그래픽 노블 <낯선 시간-신혼일기> (2022)도 이 범주에 들어온다. 이 텍스트는 작가탄생 서사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텍스트의 경우 어느 작가이든 자연스럽게 작가탄생 서사가 담겨 있을 텐데, 독자들은 왜 하필 이 책을 선별해 소개하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갈수록 체념이 늘어난다"는 작가
그런데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우선, 이 텍스트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고통과 힘듦을 선과 색과 칸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 이를 감상하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울 수 있다. 예술에서 차이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만화가들의 경우, 칸과 선을 활용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면을 표현할 수밖에 없으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 고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고유한 그만의 표정을 느끼고 싶어진다.
김 작가의 경우,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으나, 심각한 결핵으로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워지지 않는 수술 자국이 그것을 증명한다. 아픈 몸으로 인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전공을 살려 먹고살 궁리를 한 탓에 일찌감치 꿈과 멀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결혼 생활은 연애와는 매우 달랐다. 식기를 놓는 순서부터 청소하는 것까지 닮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자주 다투고 서로 실망했다. 이러한 이유로 만화 그리기는 더욱더 어려워졌다.
"갈수록 체념이 늘어나요. 짬짬이 시를 쓰지 않고선 견디지 못하겠어요.
마치 나뭇잎의 그림자들이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는 내 모습 같다.
첫 만남을 되새겨야 잠이 들 수 있는 하루하루가 아직은 낯설다."
이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 김다명 작가는 시를 쓰며 자신을 치유하자고 했고, 연애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다툼으로 인해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탓에 첫 만남의 설렜던 기억을 떠올려야만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절히 원하던 아이를 유산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부모님은 어떠한가. 이들은 자신의 신앙만을 앞세울 뿐 딸의 처지를 공감하려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