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진재연
방송현장의 비정규직·프리랜서는 얼마나 될까요? 애석하게도 단 한번도 공식적인 전수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방송사들은 자사의 비정규직 규모를 조사하거나 파악하지 않았고, 조사를 한다 해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한적이나마 몇몇 방송사나 특정 직군을 중심으로 한 조사들이 몇 차례 실시됐을 뿐입니다.
2020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 - 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활용' 이슈페이퍼를 보면 불안정노동자의 비율이 약 42%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은 18.9%(기간제 4.3%, 간접고용 14.5%)이고, 프리랜서는 15.9%(여성 71.2%, 작가 34.2%)였습니다.
또한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2021'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KBS, MBC, SBS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국 내 정규직 인원이 전체 고용 형태의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각 사 내 프리랜서 숫자는 정규직과 비등하거나 더 많았으며, 특히 SBS의 경우 프리랜서가 정규직의 1.8배에 달했습니다. 3사 인원을 합산해 보면, 시사교양·보도 분야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총 2711명 중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125명(41.5%)으로 가장 많았는데, 정규직은 1078명(39.8%)으로 프리랜서보다 적은 숫자였습니다. 이어 파견직 300명(11.1%), 계약직 197명(7.3%), 외주업체 11곳(0.4%·업체 숫자) 순이었습니다.
드라마 현장의 경우, 스태프 100명중 정규직은 한두 명일 뿐입니다. 'CP'라고 부르는, 전체를 총괄하는 총감독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 비정규직 프리랜서입니다.
'엔딩크레딧'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방송 현장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이 비정규직 프리랜서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우리가 주인공이자 주류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위계와 서열이 중요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적인 멸시와 모욕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방송현장에서 용기있게 한 발 떼려면, 스스로가 주류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방송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이 뭉치면 현장을 바꿔갈 어마어마한 힘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사별로, 직군별로, 분야별로 점처럼 떨어져 있지만 차이를 넘어 계속 만나다 보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