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더 갈등, 장애인 이동권 등 차별 논쟁에서 늘 중심에 있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에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미스터 린튼(인 위원장의 영어이름은 존 올더먼 린튼)'이라고 부르며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영어로 말했다. 인 위원장은 전남 순천 출신의 '특별 귀화 1호 한국인'이다. 그런 인 위원장에게 굳이 영어로 응대한 점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일자 이 전 대표는 "뉘앙스까지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그를 감쌌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 전 대표나 하 의원의 설명마저 인종차별로 규정한다.
2021년 미국 애틀란타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 성 중독 사건으로 결론을 내리려고 하자 미국 내 한인들은 이를 아시아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애틀란타 출신 가수 에릭 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애틀란타가 고향인 내게 미국 사회는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 '어떻게 영어를 잘하나요?' 등을 묻는다면서 아시안계 미국인으로서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 출연한 배우 수현씨도 과거 외신 인터뷰 중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어 국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녀는 인터뷰 중 해리포터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읽었다"라고 답하자 인터뷰어는 "영어로 읽었어요? 그때 영어 할 수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아시아 사람은 영어를 당연히 못 할 것이라는 인터뷰어의 차별적인 생각이 반영된 질문이었던 것이다.
인요한 위원장은 4대째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인 위원장의 할머니는 1899년 목포, 아버지는 1926년 군산 그리고 인 위원장은 전주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랐다. 이 전 대표보다 더 오래 한국에서 산 인 위원장에게 '뉘앙스를 모르지 않나'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인종차별이다.
역지사지로 외국 정치인이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이 전 대표를 보고 외형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영어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다면 이 전 대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인요한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영어로 말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했다. 이 전 대표의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인 위원장은 감정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해외였다면 정계 퇴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