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아시아 대륙 경계비우랄 산맥을 따라 대륙 경계비가 여러 개 있다
오영식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다행히 뒤따라오는 함박눈을 제치고 우랄산맥에서 거의 다 벗어난 곳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아직 산맥을 온전히 다 넘은 지역은 아니라서 불안한 마음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숙소 주변으로 눈이 조금 쌓이긴 했지만, 운전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어서 조심히 운전하고 있는데 점점 갈수록 고도가 높아지며 길에는 쌓인 눈의 깊이가 깊어졌다. 30여 분을 운전하니 길가에는 운전을 포기한 건지, 차 위에 눈이 수북이 쌓인 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다.
'계속 가야 하나? 되돌려 가야 하나?' 하며 망설이는데 맞은편에서 차들이 한두 대 내려오고 있었다.
'저 차는 산맥을 넘어오는 차일까? 아니면 되돌아오는 차일까?'
문득 걱정된 나는 차를 잠깐 옆에 세우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통신 신호도 잡히지 않아 손발짓 하며 물었더니 러시아인은 '겨울용 타이어에 4륜이 아니라면 힘들다'라고 말하는 듯 바닥의 눈과 타이어, 그리고 손가락 4개를 펴 보였다.
한국에서는 겨울철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운전한 경험이 많았지만, 어린 아들을 생각해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 도착지까지 길을 다시 검색하니 원래 480km였던 거리가 700km로 늘어났다. 지금 이 거리를 운전해서 가는 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잠시 생각을 해봤다.
기상학을 전공한 나는 '현재 눈이 많이 쌓인 도로의 고도가 대략 400m이고, 아침에 숙소가 있던 곳은 해발 100m에 온도가 영상 1~2도 정도 됐다'는 정보를 이용해 해발고도 300m 이하 지점을 경로에 넣어 다시 검색해 봤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리는 600km였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운전을 시작했다. '10km, 20km….' 긴장하며 운전하는데 눈이 간간이 내리기는 하지만 바닥에 쌓이지는 않았다.
고도계를 확인해 보니, 지금 운전하는 도로의 고도는 대략 해발 200~300m였다. 대성공이었다. '아! 평생 직업을 이럴 때 써먹는구나.' 이후 4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운전해 우랄산맥을 거의 다 내려와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아들과 잠시 내려 화장실에 다녀와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샀다.
"태풍아, 아빠랑 기지개 켜고 스트레칭 하자. 이따가 차 오래 타야 할지도 몰라."
"응, 아빠 알았어. 하나! 둘! 셋! 넷!"
아들과 함께 몸을 풀고 의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려는데 아들이 말했다.
"아빠, 나 그냥 차에서 먹을게. 아빠는 빨리 운전해."
"그럴까? 그럼, 태풍이 혼자 먹어. 아빠는 안 먹어도 돼."
우리 부자는 다시 흰둥이(자동차 이름)와 함께 눈이 흩날리는 우랄산맥으로 들어갔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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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세계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고 강연 합니다. 지금까지 6대륙 50개국(아들과 함께 42개국), 앞으로 100개국 여행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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