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가보안법피해자와 윤미향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실
12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서는 윤미향 국회의원실이 개최한 정치적 혐오차별 방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납북귀환 어부 등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참석해 "빨갱이" 등 극단적 정치혐오발언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은 이러한 혐오발언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 피해구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고문 등 국가폭력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반공법 등으로 처벌 받았다가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국가책임이 인정된 피해자들은 연일 국가를 상대로 재심,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여 그 피해를 구제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금전적 배상에도 이들의 상처는 여전하다. 아직도 사회에서 '빨갱이' 등의 혐오 표현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김춘삼씨는 "국가에 의해 조작된 '빨갱이'라는 굴레로 인해 취업, 결혼, 미래의 희망을 모두 빼앗겨 버렸습니다. 어디서든 저를 감시하는 경찰의 눈과 친구, 친척의 따가운 시선은 저를 고립시켰습니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여전히 방송이나 언론에서 정치인과 같은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쓸 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고 심장이 뜁니다. 왜 사전에도 없는 말을 정치인들이 함부로 써 우리 같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신평옥씨(동림호 선장, 1972년 납북귀환어부)도 "(납북되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빨갱이'라는 이유로 다시는 선장을 할 수 없었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장도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자식의 뒷바라지도 못해주고 집에 보탬이 되겠다고 돈을 벌러 나섰을 때 내 새끼는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입니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못난 아비로 인해 인생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자식들을 보며 제 마음은 아프고 또 아픕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제 재심을 통해 무죄가 되었지만 저를 간첩, 빨갱이로 몰았던 과거 판결문이 사라지지 않고 대법원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빨갱이' 낙인을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대법원에 남겨져 있는 저의 판례와 국가의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윤미향 "인권위 차원 실태파악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윤미향 의원 역시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국제권리장전으로 불리는'자유권규약'을 1990년에 비준했지만, 자유권규약의 핵심 조항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처음 2007년 국회에 발의된 이래로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SNS를 통해 빨갱이, 수구꼴통 등 극단적인 정치적 혐오 및 차별 표현이 확산되며 우리 사회에 양극단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인권위 차원의 실태파악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5.18망언, 홍범도 '빨갱이' 피켓, 북한 출신 국회의원 비하 발언 등 수많은 논란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표출되는 정치혐오와 차별 발언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정책권고 제안을 통해 제2의, 제3의 정치 혐오 차별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12월 12일은 '2007년 12월 12일' 정부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날이기도 하다. 2007년 발의된 법안은 2008년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0월 '혐오표현 리포트'라는 것을 발간, 혐오표현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해악이 있음을 경고하며 행정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행정적 방치와 부작위로 정치적 혐오발언에 많은 국민들이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등은 대한민국 정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혐오발언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촉구하며 국가위원회에 정치적 혐오 발언을 금지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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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수구꼴통' 등 정치 혐오 표현을 금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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