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대로라면 대법관도 월급 받지 말아야"

'사찰 장애인 착취 사건'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시민단체 "장애인 권리 모욕하는 판결"

등록 2024.02.05 11:04수정 2024.02.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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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정_대법원누리집에서 갈무리.
대법정_대법원누리집에서 갈무리.대법원누리집
 
검찰: 사찰내에서 장애인을 악의적으로 착취하였고.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피해자 명의로 부동산 및 다수 금융거래 하였다.

피고인: 폭행에 대해서는 이미 500만원 벌금형 처벌을 받았다. 피해자가 사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고, 피해자가 한 것은 울력과 신앙행위라고 봐야 한다.

1심 서울북부지법: 악의적으로 착취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있다. 징역 1년형.
2심 서울북부지법: 차별행위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징역 8월형.
3심 대법원: 착취 의문, 악의적 이라고 볼 수 없음. '무죄파기환송'.

30여년간 서울의 한 사찰에서 지적장애인을 착취해 1심과 2심 모두 실형을 선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하였다. 착취가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악의적 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4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대법관 권영준)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주문했다. 

피해장애인을 30여년간 사찰에서 착취하고 피해자 계좌 무단 사용 혐의

이 사건 피해자는 중증의 지적장애인으로 1985년부터 2017년까지 해당 사찰에서 생활하였고, 2000년경부터는 피고인인 사찰 주지스님의 지시에 따라 예불, 기도 등을 담당하는 노전스님 역할을 하면서 마당쓸기, 잔디 깎기, 농사, 제설작업, 각종 경내 공사 등의 일을 했다. 

이 사건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찰 내 여러 일을 도맡아 했지만,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없는 점, 피해자 명의로 주택을 구입한 점, 피해자 명의로 다수의 계좌에서 수억대의 금전거래를 한 점 등을 이유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착취가 아니라 울력과 신앙생활

해당 사찰 주지인 피고인은 이러한 범죄혐의에 대해, 피해자를 12차례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점, 피해자의 부모가 절에서 맡아달라고 하여 피해자가 절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점, 피해자는 사찰 내 노전스님으로 활동하면서 울력과 신앙생활을 한점을 들면서 피해자를 악의적으로 착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사찰내 통상적인 잡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정도의 일은 모두가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저는 그 정도의 일이 아니고 모든 작업과 노동일을 하였다. 쉴틈도 없이 일을 하였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거의 일만 하였다. 그리고 일을 잘 하지 못하면 툭하면 때리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함께 거주하였던 비장애인 스님들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급여를 지급받은 적이 없는 점, 악의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의 의식주와 병원비, 여행경비 전부를 부담한 점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고, 피고인의 조치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이라고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오히려 부합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각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원심은 악의적 착취와 사문서 위조 등 혐의 정당화 할 수 없다고 판단

2022년 6월 8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부(판사 김병훈)는 징역 1년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보시'(임금)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예불, 기도, 마당 쓸기, 잔디 깍기, 농사, 제설 작업, 각종 공사 등의 노동을 하게 하고 약 1억3천여만 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함으로 악의적으로 장애인이 피해자를 착취하였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절을 떠난 이후에도 피해자 명의로 관리하던 다수 은행 계좌에서 약 2억여 원을 인출하기도 하는 등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도 유죄로 보았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해외 여행을 보내주고 의료비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게 아무런 금전 대가 없이 30여 년간 일을 시킨것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해 2월 14일 서울북북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문혜정)은 징역 8월 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지적장애 상태에 있음을 알고도 30년 이상 피해자에게 중노동을 시키고도 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던 점, 피해자에게 폭언과 폭행까지 행사하였던 점, 피해자를 착취한 이 사건 금전 규모 등 차별의 고의성, 차별의 지속성 및 반복성,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전부 고려하면,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차별행위는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등을 감형 사유로 꼽았다. 

대법원 규탄 기자회견 열려... "이 판결대로라면 대법관도 월급받지 말아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께걸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달 31일 10시 대법원 앞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임한결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법률지원센터)는 대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로 인해장애인차별금지법은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며 "이제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불리한 점이 없으면 장애인을 마음껏 착취하고 유기하고 학대하여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상관이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재워주고 먹여줬으니 일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도 없고, 12차례 폭행을 행사하고, 상의도 없이 명의를 도용하고, 1심 선고가 나기도 전에 법인으로 소유권을 이전하여 집행을 회피한 사람에 대해 아주 자애로운 은덕이라도 베푼 것처럼 봐준 셈이라며, 이 판결대로라면 대법관들은 나라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니 급여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판결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강원 부센터장(디라이트 공익인권센터)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행위를 '보호'라고 주장하는데 그가 돌봄서비스와 보호의무를 제대로 제공했겠는가? 만약 복지시설, 거주시설에서 이런 행위가 발생했다면 그 시설은 어떻게 평가받았겠는가"라며 "장애인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여행도 시켜주면 해당 사건의 행위들이 무죄가 된다는 장애감수성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인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장애인에 대한 관점은 장애인에 대한 독립성과 자주성을 옹호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두에 반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판결이 다른 장애인 차별 사건에서 그대로 답습될 수 있다는 것이 참담하고 매우 우려스럽다. 법원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장애인 차별 사건에서 합리적인 판단의 기초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의 차별과 착취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직면하고 그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반드시 명심하고 이번 판결처럼 시대를 역향하고 장애인의 권리와 삶을 모욕하는 판결이 다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30여 년 동안 당한 학대 사실을 모두 부정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2년 동안 12회에 걸쳐 당한 폭행을 '일상적인 수준'으로 축소시켰고, 당사자 동의 없이 주지스님이 명의를 도용한 사실을 법원이 모두 인지하고서도 가해자의 행위를 경미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보았다. 오히려 피고인의 행위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취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는데, 법원이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평등을 실현할 스스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 아닌지 장애인단체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장애인 #학대 #착취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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