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놈 팔이가 암놈 현이의 가슴 부위를 부리로 애무하고 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생태사진가 박세형
이 모습을 촬영한 생태사진가 박세형씨는 다음과 같이 목격담을 들려준다.
"이른 아침 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이 되는데 6일 아침에는 이들이 특이한 행동을 해 가만히 관찰했더니 수놈이 애무하는 듯 부리로 암놈의 가슴을 비비는 등의 행동을 하더니 급기야 녀석들이 입을 맞추기까지 해 바로 촬영하게 됐다."
이처럼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 팔현습지의 깃대종으로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 하식애 절벽에 둥지를 터 오랫동안 팔현습지를 서식처 삼아 살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리부엉이는 한번 둥지를 트면 특별한 교란 요소가 없는 한 수십 년 동안 한곳에서 머문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부부도 오랫동안 이곳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맨 처음 알린 것은 필자다. 지난해 6월 이들 수리부엉이의 존재를 처음 확인해 알렸고, 그때부터 이들을 계속해서 관찰해 왔으니 벌써 햇수로 두 해째 이들이 이곳 팔현습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암수 함께 노래 부르는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 정수근
지난해 이들 부부는 세 마리의 새끼를 부화해 길렀고, 다 자란 녀석들은 무사히 분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가을 이후 새끼들이 더 이상 보이질 않고 이들 부부만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현습지에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같은 다양한 오리류와 물닭들의 상당한 개체가 살고 있다. 이런 풍부한 먹잇감이 있어 수리부엉이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적의 서식처인 셈이다.
수리부엉이 부부에게 닥친 위기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의 금술을 확인하는 것도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사는 하식애 앞으로 환경부가 8미터 높이에 길이 1.5킬로미터에 이르는 교량형 보도교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1과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올여름 이후 이곳에 보도교를 착공할 예정"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