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 국제 중고등학교 (Dollar Academy)
제스혜영
셋째, 집 근처 고등학교 뚫어보기. 공립학교는 방과 후 수업이 다 무료다. 그래서 나는 옆 동네에 있는 'Dollar Academy' 사립 국제 중고등학교를 노렸다. 감사하게도 그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알게 되면서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부모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다. 3월부터 두 번에 걸쳐 무료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고 그 후부터는 수업비를 받았다. 무료수업 때는 10명의 학생들이 왔었는데 막상 수업비를 내면서부터 학생이 다섯 명으로 줄었다. 네 명으로 시작된 어른의 무료 수업은 수업비를 내면서 세 명으로 줄었다. 단점은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라 한 명 당 10파운드(약 1만 7000원, 1시간 15분 수업)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학교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수업이 아닌 만큼 모든 수업비를 내가 알아서 걷어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특히 수업비가 선불임에도, 아직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수업시간마다 수업비를 내라고 말하는 게 내심 불편했다. 아직도 두 명의 학생에게 수업비를 받지 못했다.
원투원 튜터는 재정이나 개인의 문제로 3~4개월 만에 수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번번이 생긴다. 그래서 꾸준한 수업을 위해 학교를 뚫어보고자 했던 거였는데, 역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 학생을 잃게 되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또 다른 학생에게서 연락이 온다. 어제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딸이 이번 여름방학 때 한국을 가는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단다. BTS의 성지인 한국을 꼭 가 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입을 모았다 열었다 찢어가면서 ㄱ, ㄴ, ㄷ, ㄹ 초성으로 시작해서 오른손, 왼손, 양 발을 양 옆으로 올렸다 내리면서 ㅏ, ㅑ, ㅓ, ㅕ를 배웠던 학생이 어느 날 '오늘 하루가 어땠냐'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실실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보람이 있다. 한국어 튜터, 생각보다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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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한국어 가르친 지 1년 반, 고군분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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