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초콜릿카우치서퍼들은 대부분 여행 시작 전에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김송이
게스트 : "러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좀 불안하지 않았어? 외국에선 러시아라고 하면 다들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더라고."
나 : "유튜브에 'South Korea에 여행 간다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라고 찾아봐봐. '한국? 너 붙잡혀 가는 거 아니니, 거기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데!'라면서 벌벌 떨어. 딸이 좀 과장해서 만든 영상이겠지만 어떤 나라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진 않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난 너네가 러시아에서 왔든 중국에서 왔든 아무 상관이 없었어."
게스트 : "어, 맞아! 러시아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야. 뉴스에서 말하고 보이는 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크게 관계가 없을 때가 많아. 우린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거든. 세계 어딜 가봐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하잖아. 환경이 좀 다를 뿐이지."
나 : "어쩌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어? 혹시 BTS 팬이야?"
"하하, 팬은 맞는데 그거 때문만은 아냐. 사실 내가 한동안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던 때가 있었어. 그때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그 이야기에 묘하게 힐링을 얻었어. 그래서 그때부터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
게스트 : "어떻게 아이가 있는데 이런 걸 할 생각을 했어?"
"사실 내가 '카우치서핑'을 알게 된 건 오래 전이야. 혼자 스페인 여행을 할 때 게스트로 머물렀었고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그런데 아이를 낳고 여행을 못하다가 작년에 아이와 둘이 태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가 좋아했던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 그러다가 매번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여행객을 초대해서 이야기하면 여행 간 기분일 것 같았어. 그래서 호스트를 해보자 하게 됐지.
아이가 있는 건 방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신선한 모험이야. 아이에게도 나름 재밌는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당장 영어 한 마디 하지 못하더라도 넓은 세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얻을 수 있잖아? 나중에 커서 '그때 우리 집에 러시아 누나들이 왔었는데. 러시아는 어떤 곳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게스트 : "와... 정말 그렇네. 나중에 꼭 러시아 놀러 와야 해! 러시아도 사계절이 있어. 날씨 좋을 땐 얼마나 좋다고! 근데, 여기서는 길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게 흔하지 않아? 다들 쳐다보기만 하고 막상 눈 마주치면 핸드폰을 보더라. 하하. 대체 여기선 사람을 어떻게 만나?"
나 : "너무 웃기다. 눈을 피해? 문화가 다른 것 같아. 길거리나 클럽같은 데서 만나기도 하지만 소개팅을 많이 해. 그래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게스트 : "소개팅으로 만난다고 그 사람을 미리 아는 건 아니잖아?"
나 : "어 맞아. 하지만 중간에 소개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역할을 믿는 거지.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하는 일, 성격 등을 듣고 만나게 돼. 생각해 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가 그런 걸로 쌓이는 게 좀 웃기다."
게스트 : "부산에 갔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연락처를 물었어. 근데 그 남자 내가 스물세 살인 줄 알았대! 나 서른셋인데. 하하."
나 : "그래서 연락처 줬어?"
게스트 : "인스타그램 아이디 줬어. 그 사람 건물 주래! 한국에선 건물주가 최고라며?"
나 : "하하, 건물주가 최고라고들 해. 그럼 그 건물 방 하나에서 좀 재워달라고 하지 그랬어!"
게스트 : "아 그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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