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more light130x90cm, Glass shards, 2021
사진 제공: 청주시립미술관
- 이 작품 < One More Light >에 적힌 글귀(Who cares if one more light goes out in a sky of a million stars)는 미국 록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노래 가사입니다. 원래 린킨 파크를 좋아하셨나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원래 록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잠시나마 동료들과 밴드 활동도 했었고요. 저 작품을 만들었던 시기에 코로나가 한창이었습니다. 계획된 전시들이 취소되며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가사도 나의 상황이나 마음 상태 등과 맞지 않으면 의미 없이 지나가는데 당시 이 곡의 가사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린킨 파크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노래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생각하면, '저 많은 별 중에서 하나 사라진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라는 말은 죽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도 그저 저 많은 별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생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예술이 인간에게 위로를 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시큰둥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많은 음악을 들으며,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위로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 작품엔 이렇게 다소 냉소적인 질문만 적어놓으셨는데 따뜻한 대답이 작품에서 여운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노래의 뒷부분을 들어보면 'Well, I do'라는 체스터의 대답이 나와요. 마치 그 대답처럼요.
"네, 저도 노래의 그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구절을 들으며 체스터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품에 들어간 텍스트들이 인상적입니다. 텍스트는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책과는 달리 짧은 텍스트를 하나의 작품에 압축해서 담아내셔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고르실 것 같습니다.
"작품의 텍스트는 시나 노래 가사에서 인용한 것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쓸 때도 있고요. 텍스트들은 대부분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사랑을 하면 내가 얼마나 비겁하고 나약하고 이기적이고 어리석은지 알게 되잖아요. 또 사랑은 내가 얼마나 용감하고 강인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저의 텍스트 작업은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파편들을 주워 모아 사랑에 대한 시와 노랫말을 적는 것으로, 유리처럼 모순과 패러독스로 가득한 사랑 혹은 삶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