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차 요양보호사 정인숙(57세)씨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서비스노동자 2387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에서 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남편이 재활병원에 있어 지금은 수입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 보험 해약하고 왔어요."
경기 성남에서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정인숙(57세)씨. 지난 2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 걱정에, 시름이 깊다. 남편은 퇴원해도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했다. 남편의 건강도, 가정경제도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까지 남편과 맞벌이를 했지만 최저임금 수준이라서 아이 셋과 살기에는 늘 빠듯한 살림살이였다. "5인 가족이 생활하기에 빠듯했죠. 그야말로 아끼고 또 아껴 썼죠." 그래도 알뜰살뜰 아끼면 주택자금 대출도 좀 갚고 보험도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보험을 해약했다. 당장 주택자금 대출 이자와 원금 갚는 것이 큰 부담이다. 인숙씨는 3년 전 2억 원 정도의 주택자금을 대출받아 산 빌라를, 당장 팔아야 될지 아니면 좀 더 버텨야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 위기의 가정경제
인숙씨네는 남편과 아들 둘, 딸 하나 이렇게 다섯 가족이다. 둘째는 독립했고 네 가족이 같이 산다. 생활비에서 주택자금 대출 상환, 보험료 등 고정지출이 높은 편이고, 물가가 올라 식비 부담이 커졌다. 인숙씨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정지출 규모를 줄이고 생활비도 최대한 아끼고 있다.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과일은 비싸 꿈도 못 꾸고 대신 오이 같은 채소를 사 먹어요. 제가 참외를 되게 좋아하는데 못 사 먹어요."
또 인숙씨는 손으로 감자 모양을 흉내 내며 "얼마 전에 우리 딸이 야채만 먹는다고 뭐라 해 닭볶음탕을 하려고 감자를 샀는데 요만한 거 3개에 2980원이래요. 이제 감자도 넣지 말아야겠는데 생각했다"라며 비싼 물가에 한숨을 쉬었다.
인숙씨는 신혼 때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기도 했고, 14년 동안 요양보호 일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단련됐지만 요즘 사실 좀 힘들다. 남편이 경제활동을 못하는데 인숙씨의 월급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인숙씨는, 처음 5년 동안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시설요양원으로 옮겨 7년 가량 일했다. 그곳을 지난해 8월 그만두고 쉬다가 올해부터 다시 재가방문 요양보호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어르신 한 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3시간씩 돌보고 있다.
"급여는 매달 서비스 횟수를 기준으로 산정돼 나와요. 3월에는 방문서비스 21회, 방문목욕서비스 1회를 해서 (급여)총액이 88만 원이었고 공제 후 79만4740원을 받았어요."
재가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월 60시간 이상 일해야 4대 보험을 들 수 있는데 인숙 씨는 그 기준을 간신히 넘겼다.
최저임금, 고용불안 등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